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사진)는 5일 "우리에게 큰 위기가 엄습해 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와 만나"여기저기서 한나라당이 4 · 27 재 · 보선이나 내년 총선 · 대선에서 대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도 이 같은 위기의식의 공감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과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 비슷한 경고는 많았지만,당 지도부가 위기 발언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당내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당 위기의 구체적인 양상으로 △정권에 대한 신뢰의 위기 △국책사업으로 인한 당 분열의 위기 △전 · 월세대란과 생활물가인상 등 생활고로 인한 민심이반의 위기 등이 겹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의 신뢰 위기에 대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들어 구제역 사태 확산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화를 키웠고 영남권 국제신공항 입지선정 백지화 과정에서도 민심을 많이 잃은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나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해 당과 지역 분열을 초래한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의 국책사업 결정 과정에 화가 나서 할 말이 많지만 이제는 화를 참고 사태를 수습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민심 이반과 관련해 그는 "물론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외부 요인이 있어 정부도 물가에 대해 할말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경제수치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중 신뢰의 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우리가 독한 시련 속에 나락으로 떨어질 지,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신뢰를 얻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시급한 처리 안건으로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꼽았다. 그는 "무능한 정부의 번역 오류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킨 것은 그것대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일단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게 국익에 맞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