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고급 세단 에쿠스를 앞세워 미국 럭셔리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지 4개월이 지났다.

중간 성적표는 예상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첫달인 작년 12월 196대를 판매한 데 이어 지난 1월 254대,2월 233대,3월 241대를 팔았다. 올해 목표치 2000대를 가볍게 넘을 기세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올해 판매가 당초 예상보다 1000대 늘어난 3000대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볼륨 카(대량 판매 차량) 시장에 치중했던 현대차가 벤츠와 BMW,렉서스 등이 주도해온 럭셔리카 시장에서 매달 200대 이상 판매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란 평가(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나오고 있다.

아직 에쿠스의 성공을 단정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럭셔리카의 주 고객인 백인 부유층을 얼마만큼 파고들 수 있을지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얘기다.

도요타는 1989년 렉서스를 미국에 내놓으면서 후방 효과를 톡톡히 봤다. 렉서스가 인기를 끌자 도요타 브랜드 인지도가 덩달아 급상승,중형 세단 캠리 등 다른 볼륨카 판매도 덩달아 늘어났다. 에쿠스도 이런 선순환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고품질 이미지 '통했다'

데이브 주코스키 현대차 미국법인 부사장은 3월 판매실적 자료에서 "에쿠스 판매는 목표를 웃돌고 있을 뿐 아니라 프리미엄 럭셔리 부문에서 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 시장 진입 때 보통 허들로 간주되는 점유율 5%를 돌파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에쿠스의 안착에 대해 현대차 측에서는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가 먹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품질에 자신이 없었더라면 전략적 중요성이 큰 미국시장에 최고급 모델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만에 하나 실패하면 에쿠스뿐 아니라 회사 전체 이미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에쿠스는 울산 5공장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4.6ℓ급이다. 모든 옵션(선택사양)을 갖춘 최고급 모델이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6만4500달러,기본형 모델은 5만8000달러다. 경쟁차종에 비해 저렴하다. 벤츠 S550은 10만3000달러,BMW 750i는 9만5000달러,도요타 렉서스 LS460은 6만9000달러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잡다

현대차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인들 사이에 합리적 소비,즉 '실속 구매(trade down)' 경향이 확산되던 지난해 12월 에쿠스를 미 시장에 내놓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럭셔리카 시장에서도 실속 구매가 늘어나면서 품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에쿠스가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가 한발 앞서 안착한 점도 에쿠스 안착에 힘을 보탠 요인이다. 2008년 6월 미국에 첫선을 보인 제네시스는 지난달 2664대가 팔리는 등 21개월째 판매 증가세(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하고 있다. 제네시스를 통해 현대차의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인 뒤 럭셔리카 시장에 에쿠스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최근 종료됐지만,자동차 구매 고객이 일정기간 내에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히트를 친 것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6만1873대를 판매했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판매량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