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았던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의 기름값 검토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정부는 어제 국제 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 간에는 비대칭성이 존재하고 가격결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또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주유소 기름 판매를 더 자유화하고 석유거래소와 석유선물시장 등을 개설해 기름값 안정을 도모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 내용을 뜯어보면 아무런 알맹이도 구체성도 없는, 그야말로 '묘한' 발표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우선 발표에서는 국제 유가와 국내 가격 간 비대칭성이 있다고 했지만 정작 TF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비대칭적인 경우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칭적이며 일시적인 비대칭성도 정유업계의 폭리나 담합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사석에선 설명하고 있다. 발표문의 비대칭성이라는 표현도 기재부가 강력하게 요구해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석유제품 가격결정 방식 역시 문제가 있다는 정부 주장이지만 지금의 가격결정 방식은 다른 곳도 아닌 정부와 국회의 요구에 따라 2001년부터 싱가포르 시장 기준으로 바꾸었던 것이다. 경쟁촉진 방안이라는 것도 과거 수차례 시도했다가 흐지부지 된 정책의 재판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조사결과 별 내용이 없었다는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TF 조사결과 발표를 질질 끌고 회계사를 자처하는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정유사들의 성의표시를 압박하고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과징금 폭탄 위협을 한 것도 모두 알맹이 없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기름값을 내려보겠다는 어쭙잖은 전략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정부는 경위가 어쨌든 시중 기름값이 100원씩 싸졌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했고, 지경부 장관이 이 말을 받아 "내가 공인회계사다. 원가장부를 들여다보겠다"며 마치 기업들이 무언가 이중장부나 만들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반기업정서를 선동했다. 윤증현 장관은 직접 주유소에까지 출동해 알쏭달쏭식의 발언을 연달아 내놓았었던 끝이 어제의 발표다. 이것이 업자를 굴복시키겠다는 지난 두 달여의 소동이다. 정부 신뢰는 떨어지고 정유회사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상생도 좋고 동반성장도 좋지만 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기업 목조르기'가 일어났다. 법치국가도 아니요 기업을 적대시하는 정부가 되고 말았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도 결국은 이건희 회장의 낙제점 발언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일들이 대명천지에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