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오페라는 연인들이 서로 사랑하다 질투하고 결국 비극적으로 죽는 통속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정말 단순하죠.그럼에도 불구하고 200년 넘게 오페라가 생명력을 유지하며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삶의 애환을 노래하며 심금을 울린 아리아 덕분입니다. "

클래식 음악평론가인 안동림 전 청주대 영문학과 교수(79)가 《내 마음의 아리아》(현암사)를 펴냈다. 60여년간 들어온 오페라 아리아 중 63곡을 뽑아서 해설한 것.안씨는 6일 "오페라가 아리아 없이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리아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책을 쓰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 힘들지만 아리아의 정수를 담을 수 있어 남다른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한장의 명반》 《불멸의 지휘자》 등을 펴낸 그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클래식을 해설해 온 음악애호가. 그가 펴낸 두 권의 책은 클래식 분야의 교과서로 자리잡았다. 이번 책은 그가 약 2년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한 내용에 사진을 추가하고 원고를 보강해 출간한 것이다. 그는 전문가보다 더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해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책을 낸 사람은 책으로 평가를 받아야죠.저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의 경력에 취해 책을 읽으면 안되니까요. 눈부시게 화려한 아리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핵심 내용 소개에서부터 원문 가사와 한글 번역,색다른 에피소드까지 다양하게 담았습니다. "

이번 작업에서는 오랫동안 통용돼온 엉뚱한 번역을 바로잡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일본을 통해 서양음악을 접하기 시작한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오역이 많았다는 얘기다.

"오페라 아리아 중 절반은 이탈리아 말이에요. 잘 모르는 이탈리아어를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 저도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 했죠.여러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의 번역도 그대로의 맛이 있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고 듣는 게 더 좋지요. "

책 출간에 맞춰 유니버설 뮤직과 EMI에서 동명의 음반도 내놨다. 두 장의 CD로 구성된 음반에는 책에 담긴 아리아 가운데에서도 명연주만 골라 수록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