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밀어붙인 '구본무의 뚝심'…2차전지 'LG 전성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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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 완공
사업 위기 때마다 "성공한다는 확신 가져라" 독려
사업 위기 때마다 "성공한다는 확신 가져라" 독려
6일 충북 청원군 옥산면 LG화학 오창테크노파크에 마련된 2400㎡(727평) 규모의 특설 행사장.이명박 대통령과 구본무 LG 회장,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공장 준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자 전기차 모형이 나타나며 힙합그룹 '일렉트로 보이즈'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1992년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에서 처음 접한 뒤 구 회장에게 평생의 꿈이 된 2차전지 분야에서 LG가 세계 넘버원이 됐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엔 스티브 거스키 GM 수석부회장,정석수 현대자동차 부회장,알랭 비뇨 르노 전무,버트 조던 포드 전무 등 LG화학의 주요 고객사 대표들도 함께 했다.
2001년 11월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30층 대회의실.2차전지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그룹 최고경영진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구 회장은 이렇게 독려하며 다시 한번 2차전지 사업에 힘을 실었다.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투자와 연구 · 개발(R&D)에 더욱 집중하라.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도 있다.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
1992년 유럽 출장 중 영국 AEA에서 2차전지의 가능성에 눈을 뜬 구 회장(당시 부회장)은 귀국길에 샘플을 가져와 계열사인 럭키금속에 연구를 맡겼다. 럭키금속은 곧바로 AEA와 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2차전지 연구를 시작했지만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LG화학이 사업을 이어 받아 1997년 소형전지 시험 생산에 성공했지만 10년 먼저 사업을 시작한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2005년 말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다.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으나 여전히 적자규모는 2000억원에 가까웠다. 회의적인 시각이 다시 불거졌다. 이 때도 구 회장은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공할 날이 올거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다독였다.
그리고 5년여가 지난 이날 구 회장은 GM 포드 르노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의 경영진이 고객으로 참석한 가운데 세계 최대인 연 10만대 규모의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그는 감회가 새로운 듯 옆자리의 김반석 부회장에게 "날씨가 참 좋다"며 흡족한 마음을 에둘러 표했다.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에서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부회장은 "당초 10만대도 올해까지 할 계획이 아니었지만 주문이 늘어나 시기를 앞당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4조원 매출의 70~80%에 해당하는 주문을 받아놓았다"고 말했다.
청원=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