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품 조달경로·원가 등 기업비밀 공개 불가피
(2) 돈되는 미래사업 현시점서 어떻게 결정하나
(3) 대기업 수직계열화 무시한 '독소조항' 될 수도
◆부글부글 속앓이하는 기업들
재계에서는 "회사기회 유용금지 규정은 미래 이익을 미리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없으면 이사회 멤버들이 연대배상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자기거래 승인대상 확대는 1년 내내 이사회만 열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현재 시점에서 산정하는 미래이익이라는 개념도 지극히 애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공정사회 여론에 편승한 포퓰리즘 정책의 전형"이라며 "이사회의 배임행위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이 이미 갖춰져 있는 데,또다른 법으로 사전적인 규제에 나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비스 주식거래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렀지만 실제 재판부 결정은 여론과 상당 부분 달랐고 경영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인정한 대목도 많다"며 "그런데도 개정 상법에선 무조건 기업과 기업인들을 죄인 취급해 사전적으로 규제하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푸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법 조문만으론 이사회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회사의 사업기회를 포기하고 제3자가 이로 인해 미래에 이익을 얻었을 경우 면책되는지도 불확실하다"며 "법이 시행되면 판례가 나올 때까지 큰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화된 자기거래 승인요건도 문제
개정 상법에 따르면 회사 오너나 등기이사 등 경영진뿐 아니라 그 부인과 친인척,사돈 등이 해당 회사와 거래(자기거래)하려면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오너 등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0% 이상을 갖고 있는 자회사의 거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회사 대표나 이사 등이 자신 또는 제3자를 위해 회사와 거래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다.
기존에는 본인의 자기거래 때에만 이사회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으면 됐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이와 별도로 공정거래법 조항에 따라 국내 사업장 기준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한해 100억원 이상 또는 자본금 10% 이상의 거래 때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공시토록 한 규정이 있다.
이사회 결의 결과가 공시되는 과정에서 부품조달선과 원가 산정,신제품 개발 과정 등 기업 경영기밀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원 이상의 계열사 간 거래 때마다 이사회 의결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국 기업의 강점으로 꼽히는 수직계열화 체제에 대한 이해 없이 기업경영에 부담을 주는 독소조항"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그러나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는 데다 정부도 대기업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 자기거래 승인 강화
자기거래는 회사 대표나 이사 등이 자신 또는 제3자를 위해 회사와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엔 이사 본인 거래 때만 이사회 승인(과반 출석,과반 찬성)을 얻으면 됐으나 개정 상법은 본인뿐 아니라 그 부인과 친인척,이들이 경영권을 가진 기업 등이 해당 회사와 거래할 때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 회사기회 유용 금지
이사가 이사회 3분의 2 이상 승인 없이 회사의 사업기회를 타인에게 넘길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회사의 특허나 자산 등을 자신 또는 제3자에게 넘겨 미래 이익이 발생하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간주해 이사들은 연대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