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꼭 필요한 것 다섯 가지는? 남자의 경우 '처 · 아내 · 여편네 · 할망구 · 마누라'란 말도 있고,남녀 공히 '돈 · 머니 · 전(錢) · 캐시 · 현찰'이란 기막힌 얘기도 있다. 우스갯소리가 아닌 답은 '일 · 돈 · 건강 · 친구 · 꿈'이다. '파우스트'의 작가 괴테(1840~1922)가 풍요로운 황혼을 위해 잃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들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던가. 미국 갤럽연구소가 1950년부터 50년간 150여개국 15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괴테가 강조한 요소들은 나이든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웰빙에 필수적인 요건으로 밝혀졌다. 풀어쓰자면 직업에 대한 열정과 돈독한 인간관계,적당한 돈,건강,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와 봉사다.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66%)이 한두 가지에서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지만 다섯 가지 모두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7%에 불과했다. 저자들은 하지만 그런 상태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참살이란 유기농 식품을 먹고 스파를 즐긴다고 되는 게 아니라며 웰빙 요소 다섯 가지의 중요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들이댄다.

첫 번째로 꼽은 일(직업)만 해도 1년 이상 실업은 배우자 사망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돈을 벌지 않더라도 뭔가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상사가 툭하면 흠을 잡는 통에 좌절감만 더하는 업무를 하고 있으면 코티솔(면역체계를 억제하고 혈압과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 지수가 급증,호흡이 가빠진다. 스웨덴에서 직장인 3000여명을 추적했더니 직장상사가 불만스러운 경우 심각한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4%나 높았고,그런 상사와 4년 이상 일하면 39%로 올라갔다.

다음은 친구다. 친구의 친구가 행복할 때 친구가 행복해질 가능성은 15%,내가 행복해질 가능성은 10% 상승한다. 심지어 3단계 떨어진 사람의 행복도 내 행복지수를 6% 올릴 수 있다. 연간 소득이 1만달러 증가해봤자 행복해질 확률은 겨우 2% 높아진다. 회사에 친한 친구가 있으면 업무에 몰입할 가능성이 7배 높다.

경제적 여유도 중요하다. 돈은 웰빙의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이다. 단 돈은 자신에게보다 친구 등 남을 위해 쓸 때 더 즐겁다. 50달러를 잃을 때 느끼는 상처가 50달러를 벌 때 느끼는 기쁨보다 훨씬 큰 만큼 잘 관리해야 한다.

운동은 필수다. 젊었을 때 영양이 부족하면 자녀와 손자까지 심장질환과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 암과 알츠하이머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오메가3가 많이 든 생선과 전립선암을 막아주는 브로콜리 등 붉고 푸른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고,하루 20분 운동하고 가능한 한 7시간 이상 자야 한다.

마지막은 커뮤니티에 대한 참여와 봉사다. MRI 촬영 결과 돈을 받을 때 활성화하는 두뇌 영역이 돈을 줄 때 더 밝아지고,2만3000여명에게 물었더니 10명 중 9명이 남을 친절하게 대할 때 기분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에도 혼자 다닐 때(24%)보다 친구와 함께 다닐 때(66%)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더불어 살아야 잘 살 수 있다는 결론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