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탈무드에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했다. 어머니의사랑과 비교할 만한 건 신밖에 없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도 자식들은 그걸 깨닫지 못한다. '때 절은 몸뻬 바지가 부끄러워/아줌마라고 부를 뻔했던 그 어머니가/뼈 속 절절히 아름다웠다고 느낀 것은/내가 내 딸에게/아저씨라고 불리워지지는 않을까 두려워질 무렵이었다. '(복효근 '어머니에 대한 고백') 어머니의 빈자리는 우리 곁을 떠난 뒤에야 커다랗게 드러난다. 그래서 후회도,그리움도 더 크다.

미국에서 5일 출간된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Please Look After Mom'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이례적으로 초판을 10만부나 찍은 데 이어 벌써 3판 인쇄에 들어갔단다. 가격은 24.95달러다. 뉴욕타임스 북 섹션은 '모성의 신비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헌사',서평 전문지 북리스트는 '날카롭고 베는 듯한 문장,강력한 감동'이라고 평했다. 아마존닷컴은 '4월의 특별한 책'으로 선정했다. 유럽 8개국에서도 곧 번역본이 나온다. 판권이 팔린 나라는 모두 24개국이다.

그동안 해외에 번역소개된 한국문학은 여럿이지만 이번엔 경우가 좀 다르다. '홍보'나 '예우' 차원이 아니라 철저하게 시장논리로 파고들었다. 초판 10만부도 미리 서점들의 주문을 받아 찍은 것이다. 번역작업 후 크노프 출판사의 베테랑 편집자가 1년여에 걸쳐 꼼꼼하게 다듬었다. 원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국 정서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1주일째다. ' 첫 문장을 읽으면서 쿵 내려앉은 가슴은 마지막까지 먹먹하다는 이들이 많다. 다들 엄마에게 갚을 길 없는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일까. 국내에선 170만부가 팔렸다. 미국 독자를 얼마나 끌어들일지 궁금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