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청와대 기자실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대구 경북에서 흘러나온 이명박 대통령과 김범일 대구시장,김관용 경북지사 간 비밀회동설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이 대통령이 해당 지역 단체장과 언제 만나느냐가 기자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였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대구 경북에 과학비즈니스벨트 분산 배치 등 '선물'이 있을 것이란 설이 나돈 터였다. 비공개회동은 결국 이뤄졌지만 이틀 뒤에야 확인됐다. 회동 명분은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하고 지역민을 위로한다는 것이었다.

기자들이 분통을 터트린 이유는 지역에선 이미 회동설이 파다했음에도 청와대가 끝까지 '쉬쉬'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두 단체장이 이 대통령에게 지역 사업들에 대한 건의서를 전달했다는 사실은 논란 확산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청와대는 비공개회동에서 과학벨트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과학벨트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비밀회동은 뒷말을 낳았다. 이 대통령이 영남을 달래기 위해 과학벨트의 지역 분산을 약속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일각에선 정부가 대전-대구-광주 삼각벨트 분산 배치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러자 일괄 유치를 추진했던 충청권에선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영남권에선 분산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여권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역 관계자들을 만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한 설명을 한다고 했던 만큼 굳이 회동을 숨겨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필요가 있었느냐"며 "지역에서 소문이 날 게 뻔한데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뭔가 감추고 싶었던 게 있었는지 모르지만 회동을 비밀로 하는 바람에 이렇게 논란과 의혹이 증폭됐다. 행여나 과학벨트의 분산 배치가 결정된다면 청와대 비밀회동은 또 다른 밀약설을 낳을지도 모를 일이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