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제학은 세계 경제 위기는 물론 국내 경제의 방향이나 위기의 원인조차 제대로 예측 · 분석해내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보인다. 사회과학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경제학이 왜 이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을까.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형편없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경제학이 처한 더 큰 문제는 세계 대공황이든,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든,예측은 둘째 치더라도 사후적으로나마 그런 경제적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불황으로 실업률이 25%로 치솟았다고 하자.그러면 사회 불안이 극도에 달하게 되고,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정권도 흔들린다. 실제로 이런 살인적인 실업률이 1930년대 미국에서 기록됐다. 온 국민의 걱정과 정치권의 몸부림이 25%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에 쏠려 있었다. 그런데도 경제학자들은 "나머지 75%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웬 호들갑인가"라며 무덤덤한 태도를 취했다. 미국 정부의 뉴딜 정책이 자본주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경제학을 리콜하라》의 저자 이정전 전 서울대 교수는 이 같은 현대 경제학의 몰락 원인을 주류 경제학자들에게서 찾는다. 그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정부와 기업 등의 각종 프로젝트에 묶여 경세가로서의 역할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오늘날 경제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대표 사례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다 보면,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국민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가 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시장에서 경제 활동이 최대한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내버려 두라는 자유방임주의로 연결된다. 나아가 되도록이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시장의 원리로 해결하자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로 이어진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이유는 당시의 중상주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의 이런 현실 인식은 배제한 채 《국부론》의 일부분만을 강조해 가르치고 있다. 애덤 스미스만 잘못 해석되고 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토머스 맬서스와의 논쟁을 통해 도출했던 데이비드 리카도의 차액 지대설을 설명하면서 지가 상승이 어떻게 국가 경제를 망치는지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경제학은 현실로 눈을 돌려야 한다. 각종 그래프와 통계 자료들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쓰여야 한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실질적인 경제학,행복 친화적인 경제학으로 거듭나야만 '경제학 리콜'이라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석훈 < 2.1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