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연구소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과 류밍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등 미 · 중 · 일 3개국을 대표하는 북한 전문가는 7일 '동북아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을 다룬 첫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현재 경색돼 있는 남북문제에 대한 상반된 해법을 제시했다. 이날 세션의 좌장은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맡았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와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협동과정 교수도 기조연설이 끝난 뒤 토론자로 참여,의견을 나눴다.

◆"한 · 미 · 일 3국 간 공고한 협력 필요"

클링너 선임연구위원은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서 "북한이 지난해 천안함을 침몰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한 · 미 양국은 배후에서 6자회담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북한은 천안함을 폭침시킨 데 이어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일으켰다"고 말했다.

미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클링너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은 북한이 연평도 포격 직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를 밝힌 이후에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며 "천안함 사태 때도 북한보다는 오히려 미국과 한국을 더 비난하는 등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토끼해인 올해 북한은 도발과 유화적 공세 사이에서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려면 한 · 미 · 일 3국 간 공고한 협력을 통해 '포용과 압박'이란 양면 전술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사과와 별개로 6자회담 필요"

반면 류 소장은 "현실적으로 북핵을 포기시키기 어려운 만큼 개발 속도를 늦추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천안함 사과와는 별개로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안함 문제와 관련,"남북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게 문제"라며 "특히 북한 내부의 권력 승계 문제로 북핵은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도 북한과 한국 측 상반된 주장에 직면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는 양국 모두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쓴 열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소장은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받은 이후 개혁 · 개방,정치적 혼란,새 지도자 등장,통일 등 4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라며 "권력을 유지하려는 북한 지도부가 선뜻 개혁에 나서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불안한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북 당사자 간 직접 대화로 풀어야"

후카가와 교수는 "북핵 문제를 글로벌 이슈로 부각시키기보다 남북 당사자끼리 직접 대화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2000년대 들어 세계화를 급진전시키면서 남북 문제도 글로벌 차원에서 이슈화하려는 노력을 해 왔다"며 "이는 잘못된 접근 방식으로 어디까지나 남북 문제는 당사자 간 대화로 푸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한국 핵무기 재배치는 별 효과 없어"

이들 기조연설자는 한국도 북핵에 대응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류 소장은 "어차피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이 핵무기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위원도 "한국이 핵무기를 자체적으로 보유한다거나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 모두 현 상황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오히려 300㎞로 제한돼 있는 미사일 사정거리를 확대해 한반도 전역에 대해 한국이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기/정성택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