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이 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최초로 세계적인 클래식음반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G)과 음반 발매 장기계약을 맺었다.

서울시향은 7일 유니버설뮤직그룹인터내셔널(UMGI)과 DG를 통한 음반 발매 계약 조인식을 갖고 앞으로 5년간 매년 2장씩 총 10장의 앨범을 발매하기로 했다. 첫 음반은 올해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며 전 세계 45개국에 판매된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사진)은 "클래식 음반사 중 가장 높이 평가받는 DG를 통해 서울시향의 음반을 내게 돼 정말 기쁘다"며 "서울시향의 목표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인 만큼 이번 계약으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또 "향후 5년간 10장의 음반을 낸 뒤 정말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될 만큼 예술적 성취를 이룬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G는 세계 클래식 음반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UMGI에서 가장 역사가 길고 연주자도 까다롭게 선택하는 클래식 음반 레이블이다. 1898년 창립 이후 엔리코 카루소 등 레코딩 산업 초기의 거장부터 빌헬름 푸르트벵글러,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 이르기까지 정상급 클래식 음악가들의 연주를 녹음해왔다. 현재 정 예술감독을 비롯해 베를린 필하모니 지휘자였던 클라우디오 아바도,'바이올린의 여제'로 불리는 안네 소피 무터,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등이 소속돼 있다.

코스타 필라바키 UMIG 부사장은 "1982년 첫 방한 이후 한국 클래식 음악이 봄꽃처럼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것을 지켜봤고 정 예술감독 합류 이후 서울시향의 눈부신 성장도 눈여겨 봤다"며 "앞으로 발매하게 될 음반의 판매 규모를 구체적으로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DG의 음반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음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향은 음반 발매를 위해 말러 교향곡 제1번과 제2번,프랑스 레퍼토리인 드뷔시와 라벨의 녹음을 마쳤으며 현재 마스터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추가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6번 '비창'과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말러 교향곡 제9번도 녹음할 계획이다. 이 중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녹음의 질이 가장 뛰어난 곡을 우선 발매할 예정이다.

정 예술감독은 "최근 사이먼 래틀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말러 교향곡을 녹음해 음반을 발매하고 있지만 음악이라는 게 묘한 데가 있어 일정 수준에 올라온 오케스트라의 경우 잘한다 못하다라고 평가하기보다는 표현의 차이가 중요하다"며 "서울시향의 수준이 그 정도는 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향 예술감독 임기는 올해로 끝나지만 정 예술감독은 임기를 연장할 뜻을 시사했다.

그는 "이 자리를 처음 맡았을 때 언제까지 하겠다는 시간을 정해두지는 않았다"며 "제가 있어서 오케스트라가 더 발전할 수 있고 사람들이 원한다면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