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성 방안에 대한 한국경제신문 설문에 응한 과학계 인사들의 의견은 분명했다.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은 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국내 과학기술 분야 석학 및 원로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과 과학기술 분야 석학 및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을 상대로 진행됐다.

◆가능한 정치와 분리해야

입지 선정에 있어 과학자들의 의견은 다소 갈렸다. 설문조사에 응한 110명 중 벨트를 충청권에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57명, 다른 후보지역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50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기 · 충청 · 전남 · 경남 · 경북 등 전북을 제외한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뛰어들었으며 저마다 장점을 주장하고 있다.

과학벨트 특별법상 입지 선정시 고려되는 요소는 △연구산업기반 집적 정도 △우수 정주환경 조성 정도 △국내외 접근 용이성 △부지 확보 용이성 △지반 및 재해 안정성 등이다.

이와 관련,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벨트위원회(위원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는 7일 첫 회의를 갖고 향후 벨트 조성사업 일정과 위원회 운영계획을 논의했다.

이주호 장관은 "과학벨트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체질을 추격형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프런티어형'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담대한 대규모 투자 사업"이라며 "지역 이해득실에서 벗어나 오로지 미래를 위한 과학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첫날 회의를 마친 뒤 이준승 위원(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은 "오늘 회의에서 분산 배치 관련 언급은 없었다"며 "앞으로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토의됐던 검토안 등을 다 내놓고 이를 기본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과학벨트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와 가능한 한 분리(decoupling)해야 최적의 입지 선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은 함께 있어야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분리에 대해서는 73명이 '(절대)안 된다'고 응답했다. 중이온가속기는 입자를 광속으로 돌려 깨진 상태를 보거나 새로운 물질을 창출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분석하는 거대연구시설이다. 생명과학 · 의학 · 재료과학 · 천체 및 핵물리학 · 핵융합 · 국방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석의 경우 자연상태에서는 동위원소 120번이 가장 많지만 중이온가속기로 돌리면 희귀동위원소인 132번 주석이 나온다. 이는 초신성(밝기가 태양의 수억~수백배인 별)이나 태양 등 거대 별의 진화 연구에 쓰인다. 또 탄소를 가속시키면 11번 탄소동위원소가 나와 암치료용 물질로 쓰인다.

따라서 기초과학연구원의 인프라와 중이온가속기가 함께 있어야 연구 · 개발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다만 S대 L교수는 "기초과학연과 중이온가속기를 묶자는 주장은 핵물리학 등 관련 연구자들의 이기적 발상"이라며 "두 가지를 분리하지 않으면 벨트는 필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의 서울대 교수는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조건은 우수한 학자들을 모셔오고 이들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