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내 경제가 올해 5% 내외의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5% 성장과 3%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비아 사태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올 들어 3개월 연속 4%대의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극도로 불안해지자 정부는 성장률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물가를 잡는 쪽으로 경제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소비자 · 생산자 물가 모두 올라

올 들어 소비자 물가(전년 동월 대비)는 1월 4.1%,2월 4.5%,3월 4.7% 올랐다. 특히 3월의 경우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효과를 제외하면 5%를 넘겼다. 고교 납입금과 학교 급식비 등 2개를 제외한 487개 품목으로 산출한 지수는 3월 120.9로 지난해 같은 달(115.0)보다 5.1%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심각한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6% 올라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상품과 서비스가 출하될 때 잡히는 '도매물가'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수입물가(원화기준) 상승률도 지난 2월 16.9%로 2년 만에 최고치였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대통령까지 절약을 강조하고 나선 데에는 고물가에 따른 민심 불안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서민들의 물가 불만이 높으면 좋은 정치와 경제적 성과는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 둔화 불가피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유사들을 압박해 기름값을 낮추는 식의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원가 상승 부담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미시적 대응은 한계에 봉착했다. 환율이 최근 들어 달러당 1100원 밑으로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성장을 중시해온 거시 정책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은 아니더라도 다음달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10일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 3%로 끌어올렸다. 환율은 지난달 31일 1100원 선이 무너진 뒤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7일 원 · 달러 환율은 1원70전 오른 1088원50전에 마감했다.

기업들의 경기 하락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국내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둔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 응답자의 50.5%에 달했다. '매우 둔화될 것'이라는 응답도 15.7%나 돼 기업 3곳 중 2곳은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호전' 또는 '매우 호전될 것'이란 응답은 각각 3.3%와 0.5%에 그쳤다.

◆'5% 성장,3% 물가'수정될 듯

정부가 제시한 올해 '5% 성장,3% 물가'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구제역 등 국내 악재와 리비아 사태 같은 외부 악재까지 겹치면서 3% 물가 안정은 물 건너갔다. '고금리-저환율' 정책 조합으로 성장률이 4%로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물가를 3%대로 낮추는 방향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물가 등 여건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수정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리비아 사태 등 불확실성이 아직 많아 지금 당장 손을 대기는 힘들다"며 "하반기에는 수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