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생이 또 다시 숨진 채 발견됐다. KAIST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올 들어서만 네 번째다.

경찰에 따르면 7일 오후 1시20분께 인천시 만수동의 한 아파트 1층 현관 앞 아스팔트 바닥에 KAIST 휴학생 박모군(19)이 숨져 있는 것을 요구르트 배달원 박모씨(여)가 발견해 신고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요구르트를 배달하러 갔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누군가 머리에 피를 많이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박군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아파트 21층 복도에서 박군의 점퍼와 지갑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박군이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군이 휴학 신청을 하면서 학교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도 이 같은 추정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한국과학영재고 출신으로 KAIST 2학년인 박군은 지난 6일자로 휴학한 상태였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서울 잠원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KAIST 4학년 장모군(25)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이 학교 학생 4명이 목숨을 끊었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오후 또 한 명의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난 충격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애통함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가장 민감한 나이의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지도해야 하는 것이 대학의 할 일 가운데 하나인데 4명이나 이렇게 됐다는 것에 총장으로서 정말 낯을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KAIST 측의 학사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KAIST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지만 학점 4.3 만점에 3.0 미만인 학부생에 대해서는 최저 6만원에서 최고 600만원의 수업료가 부과돼 왔다. 이 제도는 KAIST 학생들을 극한의 경쟁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학교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징벌적 수업료' 등 학사제도를 대폭 수정키로 했다.

서 총장은 "성적만을 근거로 수업료를 부과하는 것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2007학년도 학부 신입생부터 적용돼온 일정 성적 미만 학생들에 대한 수업료 부과제도를 다음 학기부터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8학기 이내에 학부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연차 초과자들은 현행대로 한 학기당 150여만원의 기성회비와 최고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이 같은 조정안은 학내 구성원 동의 및 교육과학기술부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