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카이스트 학생이 또 다시 숨진 채 발견됐다. 카이스트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올 들어서만 네 번째다.
지난 1월 전문계고 출신인 '로봇 영재' A씨가 자살한 것을 시작으로 2명의 과학고 출신에 이어 또 영재학교 출신 학생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카이스트의 '차등 수업료제'가 카이스트 학생들을 극한의 경쟁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학교 안팎에서 제기됐다.
'차등 수업료제'는 학생들에게 수업료 전액을 면제해 주고 학점 4.3 만점에 3.0 미만인 학부생에 대해서는 최저 6만원에서 최고 600만원의 수업료를 내도록 하는 제도로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취임뒤 도입한 경쟁 시스템 가운데 하나다.
이 학교 재학생 허모씨는 6일 교내 학부식당 앞에 3장짜리 대형 대자보를 붙여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차등 수업료제'를 비판했다. 허씨는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지급하는 미친 등록금 정책,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제도가 말도 안 되는 학내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며 "진리의 전당은 이제 여기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KAIST 학생이 네 명 자살한 후에야 서 총장은 '차등 수업료제' 폐지를 발표했다"며 "학생을 '공부기계'로 만들려고 수업료로 위협하며 비극을 낳게 한 장본인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글을 올리며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외에도 7일 우희종 서울대 의과대학 수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화해서 학생들에게 부담주면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라는 단순하고도 유치한 생각을 바닥에 깔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기석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도 페이스북에서 "세계 어느 대학이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붙이며 최고 자리에 갈 수 있냐"고 비난했다.
한편 서남표 총장은 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 학기부터 성적 부진 학생들에게 차등 부과하던 수업료를 8학기(4년) 동안은 면제해 줄 계획"이라며 '차등 수업료제'의 중단 방침을 밝혔다. 이어 "저를 비롯한 카이스트 구성원은 엄청난 충격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비통함을 느끼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과 학부모, 학생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현정 기자 angele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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