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앞둔 대학 4년생들 '인문학'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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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후마니타스' 강좌 '북적'
文·史·哲 토론, 발표 수업
사고력 키워줘 면접에 도움
文·史·哲 토론, 발표 수업
사고력 키워줘 면접에 도움
경희대생 최은지 씨(법학4 · 24)는 이번 학기에 이 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인간의 가치탐색' 수업을 듣는다. 졸업 전 마지막 학기지만 '스펙'과는 거리가 있는 인문학 수업을 택했다. 그는 "당장 급한 취업에 이 수업이 도움이 될지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면서도 "들어 보니 내 생각을 정리하고 평소에 잘못 알았던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어 논술이나 면접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 친구들도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수업을 들으며 긍정적으로 생각이 변했다"고 덧붙였다.
경희대는 이번 학기부터 교양과목 전문 학부인 '후마니타스 칼리지' 과정을 새로 시작했다. 올해부터 신입생들은 '인간의 가치 탐색''우리가 사는 세계' 등 이 학부의 수업을 35학점 이상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누가 내 이웃인가'와 같은 철학적 문제에 대해 강의를 듣고 발표 및 토론을 한다. 사회봉사 시간도 학점화돼 필수과목으로 운영된다.
이런 수업이 취업과 직접 관계가 있을까. 기업 채용담당자들의 말에 답이 있다. 임지영 신한은행 인사지원부 과장은 "회계학 같은 과목은 입사한 뒤 은행에서 가르칠 수 있다"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 '생각하는 능력'을 키운 지원자가 채용과정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은 "이런 공부로 논리력을 키우는 것은 입사시험 면접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롯데홈쇼핑에서 해외인력 채용을 담당하는 황정아 씨도 "신규인력 채용 과정에서 면접을 하다보면 획일적인 답변이 많은데 이런 공부로 자기 생각을 키운 사람은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흥 LG전자 채용총괄 차장은 "생각이 깊은 사람일수록 뽑아 놓으면 일을 잘한다"며 "인문학이 그런 성향을 갖추는 데 분명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채용 관계자도 "자기 전공만 공부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고찰하는 것이 입행전형 과정에서 유리하다"고 전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입사준비를 하고 있는 장경국 씨(법학4 · 26)는 "면접에서 시사 이슈를 물어볼 때가 많은데,평소 자기 의견을 정리하는 습관을 해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후마니타스 칼리지 수업을 들으며 좋은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4학년 이지영 씨(컨벤션경영학과4 · 26)도 "요즘 경제나 경영은 기본지식으로 갖고 들어가기 때문에 인문학으로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며 "인문학이 면접이나 논술을 볼 때 할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한 대기업 채용담당 임원은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시작된 지 한 달밖에 안 돼 성과를 평가하긴 이르다"며 "학문을 위한 학문이라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이수한 학생들이 입사 후 현장에서 실제로 일을 잘하더라는 평가를 듣는 게 과제"라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경희대는 이번 학기부터 교양과목 전문 학부인 '후마니타스 칼리지' 과정을 새로 시작했다. 올해부터 신입생들은 '인간의 가치 탐색''우리가 사는 세계' 등 이 학부의 수업을 35학점 이상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누가 내 이웃인가'와 같은 철학적 문제에 대해 강의를 듣고 발표 및 토론을 한다. 사회봉사 시간도 학점화돼 필수과목으로 운영된다.
이런 수업이 취업과 직접 관계가 있을까. 기업 채용담당자들의 말에 답이 있다. 임지영 신한은행 인사지원부 과장은 "회계학 같은 과목은 입사한 뒤 은행에서 가르칠 수 있다"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 '생각하는 능력'을 키운 지원자가 채용과정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은 "이런 공부로 논리력을 키우는 것은 입사시험 면접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롯데홈쇼핑에서 해외인력 채용을 담당하는 황정아 씨도 "신규인력 채용 과정에서 면접을 하다보면 획일적인 답변이 많은데 이런 공부로 자기 생각을 키운 사람은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흥 LG전자 채용총괄 차장은 "생각이 깊은 사람일수록 뽑아 놓으면 일을 잘한다"며 "인문학이 그런 성향을 갖추는 데 분명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채용 관계자도 "자기 전공만 공부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고찰하는 것이 입행전형 과정에서 유리하다"고 전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입사준비를 하고 있는 장경국 씨(법학4 · 26)는 "면접에서 시사 이슈를 물어볼 때가 많은데,평소 자기 의견을 정리하는 습관을 해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후마니타스 칼리지 수업을 들으며 좋은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4학년 이지영 씨(컨벤션경영학과4 · 26)도 "요즘 경제나 경영은 기본지식으로 갖고 들어가기 때문에 인문학으로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며 "인문학이 면접이나 논술을 볼 때 할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한 대기업 채용담당 임원은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시작된 지 한 달밖에 안 돼 성과를 평가하긴 이르다"며 "학문을 위한 학문이라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이수한 학생들이 입사 후 현장에서 실제로 일을 잘하더라는 평가를 듣는 게 과제"라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