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 마스터스의 또 다른 주인공은 '페이트런(patron)'이라고 불리는 수만명의 갤러리다.

마스터스 본 경기가 시작된 8일.영국에서 날아온 말콤 그리핀 부부는 일찌감치 전반 9번홀 그린 주변에 접이의자를 놓고 자리를 잡았다. 선수들의 그린 적중률을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네 번째 대회장을 찾은 이들은 "해마다 올 것"이라고 말했다.

73세인 남편 그리핀은 "여생을 마스터스대회와 함께 즐기고 싶다"며 "10년 전 은퇴한 뒤 연금을 아껴 마스터스 경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다섯 살 때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웠다는 그는 "영국에서 1주일에 세 번은 골프장에 가서 산다"고 귀띔했다. 그의 골프 핸디캡은 시니어티에서 10개,부인은 20개 정도.

노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 골퍼는 영국의 리 웨스트우드,미국의 필 미켈슨,한국의 최경주다. 이들은 "세 명의 플레이는 언제나 짜릿하다"고 평가했다. 최경주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다.

마스터스 페이트런들 틈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아빠를 따라 온 열 살짜리 초등학교 여학생 크리사 굴드도 끼어 있다. 굴드 역시 "다섯 살 때부터 아빠한테서 골프를 접해 올해 마스터스에 오자고 졸랐다"며 생글거렸다. "숙제를 다 해놓고 와서 걱정 안해도 된다"는 그는 "마스터스 로고가 박힌 모자 등 친구와 가족들을 위한 선물도 마련했다"고 자랑했다.

오거스타주립대 2학년인 케이티 킹과 3학년인 카일 솔로프는 타이거 우즈의 경기를 따라다니며 데이트를 즐겼다. 킹은 "우즈의 여성 스캔들은 개의치 않고 그의 골프를 즐길 뿐"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마스터스 대회장만한 데이트 코스가 없다"며 "부모님이 표를 끊어준 덕분에 갤러리로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경영학 전공인 솔로프는 "마스터스에 매년 갤러리로 오자면 학교 졸업 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며 능청을 떨었다.

오거스타=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