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한 씨(68)는 손자·손녀들에게 멋쟁이 할아버지로 불린다. 집 근처 복지관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손자·손녀들이 놀러오면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원두커피를 직접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김씨는 "회사 다닐 땐 식후에 마셨던 다방커피 밖에 몰랐다"며 "요즘은 아라비카, 슈프리모 등 원두커피를 종류별로 사서 직접 끓여 먹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원두커피를 즐기는 노인들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원두커피 문화가 노년층에까지 번졌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최근 2009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간 60세 이상의 원두 수요는 전년같은기간보다 4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옥션 전체 상품의 수요 증가율인 194%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이다.

거품기, 원두분쇄기, 모카포트(에스프레소 추출 주전자) 등 젊은 고객이 대다수인 전문적인 소품의 수요도 같은기간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경우 노년층(60세 이상)의 수요가 51% 가량 늘었다.

또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원두커피 관련 제품'을 구입한 노년층의 비중은 전체 고객의 25%에 달했다. 이는 30대(30%)의 뒤를 잇는 수치다.

G마켓은 최근 1년간 60대 이상 고객의 원두 소비가 전년같은기간보다 15% 증가했고, 롯데닷컴은 12% 이상 뛰었다.

이진영 옥션 가공식품 팀장은 "생필품 위주였던 노년층의 소비가 이젠 취미를 위한 소비로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며 "은퇴 후 커피매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노년층을 겨냥한 바리스타 양성 교육이 확산된 것도 이런 현상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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