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중소형 자산운용사에 이어 대형사들까지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연초 이후 펀드에서 환매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압축 펀드로는 신규 자금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신한BNPP·한국 운용…'빅4'도 압축 펀드 붐

8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일반 주식형 펀드였던 '신한BNPP 노블레스' 펀드를 30개 내외의 종목에 투자하는 '신한BNPP 핵심공략' 펀드로 리모델링했다고 밝혔다.

'신한BNPP 노블레스' 펀드는 2005년 설정됐지만, 펀드 환매 러시와 신한BNPP운용의 주력 주식형 펀드인 '좋은아침 희망' 펀드 등에 밀려 설정액이 79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던 상태. 압축 펀드로 콘셉트를 바꿔 새롭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펀드를 운용하는 임정재 신한BNPP운용 액티브에쿼티 팀장은 "신한BNPP운용 내에 사모펀드와 목표전환형 폐쇄형 펀드로는 압축펀드가 있었지만 개방형 공모 펀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다양한 펀드 상품을 갖추기 위해 리모델링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도 '마이에셋트리플' 펀드 등으로 명성을 떨친 한상수 전 마이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을 지난달 전략운용본부장으로 영입해 압축 펀드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달 중으로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에 따라 레벨을 달리 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압축펀드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한 본부장은 "압축 펀드 투자자라도 투자자별로 리스크의 허용 범위나 기대 수익률이 다 다르다"라며 "공격적, 보수적 등 투자 성향별로 그룹화시켜 각 성향에 맞게 운용하는 압축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4일 '한국투자 압축포트폴리오 프리미어 목표전환형펀드 2호'를 출시했다. 1호 펀드를 선보인 뒤 약 보름만이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1호 펀드를 출시한 뒤 시장 반응이 좋고 성과도 우수해 2호 펀드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펀드 환매 불구, 압축 펀드에는 돈 들어와

압축 펀드는 현대자산운용의 '현대다이나믹포커스' 펀드,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슈퍼뷰티' 펀드 등 작년 하반기부터 중소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붐이 일어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일반 주식형 펀드가 80개 이상 종목에 투자하는 반면, 압축 펀드는 20개 내외로 편입 종목 수를 줄인 게 특징이다. 편입 종목이 오를 경우 상승폭이 극대화되지만, 일부 종목이 떨어지면 수익률이 크게 악화되는 등 변동성이 크다.

자문형 랩처럼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는 공격적인 콘셉트가 자문형 랩에 쏠린 투자자들의 관심을 일부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압축 펀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상수 본부장은 "국내 증시가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졌다"며 "기존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으면서 압축 펀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풀이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도 압축 펀드로는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투자 종목수가 30개 이하인 압축 포트폴리오 펀드 45개(섹터 펀드 제외)로 714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1조8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이들 압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8.77%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5.27%)를 뛰어넘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