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각종 지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형 쇼핑몰 공실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와 과거 대규모 쇼핑몰 건설 확장의 여파가 미국 전역의 쇼핑몰과 쇼핑센터를 여전히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1분기 쇼핑몰 공실률은 1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부동산 조사 회사 레이스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역 80개 대형몰의 평균 공실률은 전 분기의 8.7%에서 9.1%로 상승했다. 레이스 측은 올해 말 공실률이 11%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 복합 쇼핑몰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보더스와 블록버스터 등 대형 체인들이 파산하면서 이들이 운영하던 점포 수백개가 한꺼번에 문을 닫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또 미국인들의 쇼핑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점차 이동하면서 이들 대형 쇼핑몰은 나날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연말(11~12월) 쇼핑 시즌 때 온라인을 통한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나 급증했다.

경제지표 회복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은 것도 쇼핑몰의 공실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2월 신용카드 부채 규모가 27억1000만달러(2조9000억원)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고용 등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있지만 미국인들이 소비성 부채를 늘리는 것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또 유가와 식품 가격 상승도 소비 증가를 가로막고 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장성호/김희경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