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기술 교육의 산실인 KAIST의 젊은 학생 4명이 잇따라 자살했다. 이유야 어떻든 한국의 최고 이공계 대학에서 연이어 들려온 뉴스는 충격적이다. KAIST의 일부 학생은 서남표 총장의 무리한 경쟁 시스템이 학생들의 자살을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 일변도 교육이 학생들을 숨막히게 만들고 성적에 따른 차등적 등록금제는 학생들로부터 행복과 여유를 앗아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비극적 뉴스가 곧바로 KAIST의 경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거나 등록금을 차등화 해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 비약하지 않기를 바란다. 서 총장은 7일 차등적 등록금제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등록금 문제는 인센티브의 묘를 살리는 차원에서 풀어가는 것이 옳은 방향일 뿐 경쟁 시스템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요 행복도 성적순이 아니지만 KAIST는 전국의 수재들을 모아 치열하게 공부시키는 장소라는 창학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

실제로 한국의 대학들은 수재를 모아 둔재로 만드는 우골탑이라는 말을 들어왔던 것이 사실이고 이것이 한국 대학의 경쟁력을 하향평준화시켜 왔다. KAIST는 우골탑을 벗어나기 위해 테뉴어 신청 교수의 40%를 이미 탈락시켰다. 학생들에게는 100% 영어로 수업을 듣게 하고 낙제과목에 대해서는 재수강을 금지하는 등 치열하게 공부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는 자살을 선택할 지경에 이른 학생들에게는 학교와 가족들의 보다 세심한 배려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열하게 공부시키는 것과 무리한 독려는 분명 차이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