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는 지난 1월 중순 운용자금 마련을 위해 5000만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리보(LIBOR · 런던 은행 간 금리)에 1.90%포인트를 더한 이자를 3개월마다 지급하는 만기 3년의 변동금리 달러화표시 채권이다.

웅진코웨이는 채권을 발행하자마자 갚아야 할 원금을 573억원으로,발행금리를 창사 이래 최저인 연 3.93%로 확정시켰다. 통화 스와프 계약을 통해서다. 이 회사가 작년 9월 고정금리 원화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금리는 연 4.61%였다. 단순 계산으로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해 조달금리를 0.7%포인트 정도 낮췄다. 웅징코웨이는 8일에도 6000만달러의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웅진코웨이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기법이 고도화 · 선진화하고 있다.

◆스와프 통해 달러화를 원화로 변환

기업들이 변동금리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해 놓고 그냥 있으면 두 가지 리스크(위험)에 노출된다. 채권 발행 · 상환 시점 간 환율 변동으로 갚아야 할 원금(원화 기준)이 달라질 수 있고,금리가 오르거나 내리면 변동금리 이자(쿠폰)도 변할 수 있다.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 대부분은 채권 발행 직후 통화 스와프 계약을 추가로 체결해 이런 위험을 없앤다. 원금과 이자 모두에 대해 스와프 계약을 맺어 리스크를 제거한다.

외화표시 채권 원금의 환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발행 시점엔 달러화 지급 · 원화 수령,만기 시점엔 달러화 수령 · 원화 지급의 스와프 구조를 만든다. 금리 변동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선 원화 고정금리인 통화 스와프 금리(CRS)를 주고 리보에 연동되는 달러 변동금리를 받는 스와프 계약을 맺는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원화 원금 · 고정금리를 주고 달러화 원금 · 변동금리는 스와프 계약을 통해 이자 지급 또는 만기 시점에 받아 채권투자자에게 그대로 넘겨줄 수 있는 구조를 짜게 된다.

김동환 대우증권 캐피탈마켓본부 차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외화표시 채권 발행 및 스와프 계약을 하는 게 원화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총 조달 비용 측면에서 평균 0.2~0.3%포인트 유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자산 · 부채의 매칭을 통한 환헤징

기아자동차는 2월25일 4억4000만달러의 달러화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한 뒤 별도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달러화 자산과 달러화 부채를 매칭시켜 자연스럽게 환헤지를 하기 위해 별도 스와프 거래는 하지 않았다"며 "연 3%가 넘는 국고채가 아닌 0.3%대의 리보를 기준으로 삼아 발행금리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 기준 기아차는 달러화 자산 5억달러,달러화 부채 2억5000만달러로 달러화 자산이 훨씬 많은 데다 매년 자동차 판매로 60억달러가 유입돼 달러화가 약세로 되면 불리한 구조"라며 "원화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달러화 자산 · 매출이 지나치게 편중된 것을 헤지하기 위해 달러화 부채를 늘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스와프 등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비상 상황이 재발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2008년 하반기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처럼 스와프 은행 등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경우 국내 기업들은 환율 급변 위험 등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어서다.

정원석 LS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기업들이 비용 감축을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스와프 등 파생상품 거래는 일정 한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통화스와프

currency swap.양 당사자가 일정 시점에 달러화나 원화 등 서로 갖고 있는 통화를 맞바꾼 뒤 만기에 미리 약속한 환율로 다시 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미래 시점의 환율을 확정함으로써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통화 외에도 바꾸는 대상(기초자산)에 따라 금리 스와프,주식 스와프,상품 스와프 등이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