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보다 더욱 걱정인 것은 정부의 관리 능력과 의지다. 기업들을 겁주면서 기름값 끌어내리는 외엔 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은 성장 아닌 물가가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아마 이젠 통신회사를 부를 모양이다. 어떤 경제 정책이든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상태에 놓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우산과 나막신의 관계다. 환율을 내리면 자본시장과 국제수지가 울고, 듣기에 그럴 듯한 금리정책은 서민 대출자들을 울린다. 대중의 비위맞추기를 기준으로 삼는 중도실용 정부가 어떤 정책인들 선택이라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바로 그점이 우리가 불안한 진짜 이유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는 전년동월보다 7.3%나 급등해 2년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면 체감 생활물가는 연쇄적인 상승 압력을 받는다. 가뜩이나 소비자물가가 매달 4% 넘게 올라 가계 살림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유가도 그렇다. 두바이유는 이미 배럴당 115달러 선이다. 정부 예상치였던 85달러는 기억에도 까마득하다. 우리경제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길은 기름값이 적절하게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그러나 그 반대의 길을 갔다. 장기적인 물가체질 개선 전략은 실종이다.

정부는 구제역이 잦아드는 2분기부터는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자신했다. 환율 하락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3월 생산자물가가 보란듯이 치솟은 것이다. 결국 총수요를 낮추는 방법을 선택하는 외엔 방법이 없는 형국이다. 물론 이 경우 800조원 가계부채의 차입자들은 당장 아우성을 치고 건설사들은 연쇄부도에 빠질 것이다. 지금 물가가 정부의 능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정부는 진정 물가와 맞설 자신이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