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현대그룹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 효력을 취소한 것은 지난해 금강산 관광시설 동결·몰수에 이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 많다.현대그룹을 압박함으로써 남한 정부의 대북 정책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북한 전문가들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현대그룹의 독점권 취소를 언급하고 있지만 실상은 남한 정부에 관광재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민간기업에 대한 압박을 이용해 우리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한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화벌이 나서나

현대 압박해 대북정책 전환 노린 듯…관광객 직접 유치 '외화벌이' 목적도
북한은 남측을 통한 금강산 관광은 현대그룹에 그대로 맡기되 북측을 이용한 관광은 해외사업자에 위임하겠다고 밝혔다.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현대그룹이 보내오던 관광 대가가 차단된 만큼 이를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통한 외화벌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금강산 지역에 있는 금강산호텔 등 현대 측의 관광시설을 사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받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북한은 지난해 5월 중국인의 북한 단체관광을 시작하면서 외금강 관광을 포함한 상품을 중국 여행사를 통해 판매하기도 했다.당시 우리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의 북한 지역 단체 관광 때 우리측 자산이 있는 금강산 관광지구의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 등을 관광 대상 지역에서 제외하도록 중국 측에 협조 요청을 했고,중국 측이 수긍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금강산 방문은 사실상 중단됐다.

◆북한 권력기구 내 갈등인가

이번 북한의 담화가 권력기구 내 세력간 갈등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금강산 지역은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지역으로 군부 관할지역이라는 점에서 관광 중단으로 외화벌이가 끊긴 현재 상황에 군부가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군부는 현재 상황에 대해 아태평화위를 비롯한 대남기구에 책임을 물었을 가능성이 크고,코너에 몰린 북한 내 대남조직이 고육책으로 이번 담화를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 군부 입장에선 자신들이 담당하던 금강산 지역을 떼줬음에도 아무런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대남기구를 압박했을 것“이라며 ”대남조직으로서도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돌파구를 열려고 현대그룹 독점권의 일부를 취소하는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수용불가’…현대그룹 ‘당혹’

통일부는 북한 담화와 관련,“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통일부 관계자는 “일단 사업자(현대)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이고 당국 차원에서도 사업자측과 협의를 통해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워낙 밤늦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북측의 진의가 뭔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독점권 취소 방침을 현대 측에 통고했다고 밝힌 데 대해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 대응방안을 찾겠다”고 전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