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만기일(14일)을 앞둔 다음주 국내 증시에 큰 폭의 조정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 매매 패턴이 변화되면서 단기성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옵션만기일을 기점으로 대규모 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 기조로 돌아서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 外人, 현물 사고, 선물 팔고…풋옵션 매수, 콜옵션 매도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일본 대지진 이후 현물 시장에서 꾸준히 주식을 사 모았다. 지난 8일까지 누적 순매수 금액은 4조6566억원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진 이후 첫거래일인 14일 1조2731억원을 매수한 이후 매수 강도가 점점 약해지면서 14일을 제외하고 매수 금액을 산출하면 111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주간(4~8일)은 선물시장에서 1조3644억원 어치를 내다 팔아 순매도 강도가 점차 쎄지고 있다. 또 외국인은 풋옵션 매수를 확대하고 콜옵션 매도 규모를 키우면서 향후 주가 하락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현물 시장에서 매수 규모를 키우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으나 최근에는 선물 시장에서 매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주가 상승 여력의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로 선물 가격이 하락할 경우 프로그램 매물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日 지진 이후 유입된 외국인 자금 58%는 단기 성향"

일본 지진 이후 유입된 외국계 자금의 성격이 단기적이란 금융위원회의 분석도 옵션만기일을 앞둔 국내 증시의 조정 가능성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지난 6일 금융위는 자본시장국 업무 브리핑에서 일본 지진 이후 지난달말까지 유입된 외국인의 자금 중 58%가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단기성향 투자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유입된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 2조8319억원 중 절반이 넘는 돈이 단기성 자금이란 분석이다.

금융위는 이 자금에 대해 회전율 500% 초과, 조세회피지역에 적을 둔 투자자금이라고 설명했다. 회전율 500%는 2.5개월에 한번씩 거래가 일어나는 자금으로 보통 장기자금(국부펀등 등)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회전율이 200%대다.

이에 대해 조인강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지진 이후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단기투자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주요 수급 주체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급등 부담에 매물 규모 커질 수도"

증시전문가들도 옵션만기일을 앞둔 국내 증시의 조정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매물 규모가 생각보다 클 가능성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최근 국내 증시는 3주만에 25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면서 "워낙 단기간에 주가가 오른 만큼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인 외국인들이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대거 차익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정인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일단 외국인이 그동안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주도주를 중심으로 물량을 던질 수도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증시가 하향할 가능성은 있지만 외국인이 일정 규모 차익실현을 한 이후에는 다시 주도주를 매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수급에 거품이 끼었다"며 "선물 시장에서 순매도로 돌아선 외국인이 매도 규모를 더 키운다면 국내 증시는 지난 3월 만기 직전 수준까지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