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경기 때면 잠실 아이폰 '먹통'…KT 주파수 부족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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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량 앱 즐기는 '헤비 유저' 안드로이드보다 많아
3G 주파수 대역폭 좁고 기지국·무선랜 확장도 한계
3G 주파수 대역폭 좁고 기지국·무선랜 확장도 한계
"주말에 야구 경기만 열리면 아이폰이 먹통이 돼 죽겠습니다. "
서울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 사는 김모씨(35)는 요즘 KT를 통해 구매한 아이폰 때문에 속상한 일이 많다. 프로야구 시즌이 열린 뒤 잠실 야구경기장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통화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KT가 최근 가입자들의 통화품질 불만이 급증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09년 애플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폰 가입자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무선 데이터 통신량이 급증하면서 통화 품질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거나 추가로 주파수를 확보하고 싶지만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KT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무선 데이터 통신량(트래픽)은 1월 기준 1944테라바이트(TB)로 전년 동기 147TB보다 13배 늘었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쓴 무선 데이터 통신량은 1월 기준 평균 730메가바이트(MB)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등을 탑재한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381MB보다 두 배 많다. 아이폰 이용자 가운데 고용량 동영상과 게임 등을 즐기는 '헤비 유저(heavy user)'가 많은 점도 골칫거리다. 전체 트래픽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율은 40%,상위 10%까지 넓히면 93%에 달한다.
통화 품질 문제가 두드러진 또 다른 이유는 주파수다. SK텔레콤과 KT는 2.1㎓(기가헤르츠) 주파수에서 3G 통신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주파수에는 총 120㎒(메가헤르츠)의 대역폭을 쓸 수 있는데 SK텔레콤이 60㎒,KT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3G 통신 가입자는 SK텔레콤이 1590만명,KT가 각각 1465만명이다. 비슷한 인원을 SK텔레콤은 6차선,KT는 4차선 도로를 이용해 실어나르는 셈이다.
KT 관계자는 "기지국을 증설하고 있지만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지국을 늘려 서비스 영역을 좁히면 데이터 폭증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하지만 기지국 간 간격이 너무 가까울 경우 휴대폰이 어느 쪽과 교신할지 혼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증설에는 한계가 있다. KT는 지난해 9월부터 3500억원을 들여 기지국을 205개 늘렸다. 데이터 트래픽이 가장 많은 서울 강남구에는 총 77개 기지국이 있는데,불과 5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도 있다.
무선랜(와이파이 · WiFi) 이용을 늘리거나 4세대 LTE(롱텀에볼루션) 망으로 전환하는 것도 어렵다. 현재 무선랜에 이용되는 2.4㎓ 주파수는 사설 무선랜 공유기가 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또 5㎓ 주파수가 가능한 와이파이 망을 설치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지원하는 휴대폰은 극소수다. 데이터 통신 속도가 지금보다 8배가량 빠른 4G LTE 망투자도 7월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경쟁사와 달리 연말 이후로 늦어지고 있다. KT가 LTE용으로 준비한 주파수가 국제적으로 거의 이용되지 않는 1.8㎓여서 따로 장비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KT가 거의 유일하게 기댈 곳은 남아 있는 2.1㎓ 주파수의 20㎒ 대역폭 확보다. KT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주파수 할당을 요청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해 동일 주파수 확보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의 트래픽은 1월 기준 3079TB로 전년 동기 대비 21배 늘어 통화품질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모두 명분이 있어 어느 한쪽을 편들어 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