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머잖아 중소기업 노령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사업구조 고도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거죠.그래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이를 치유할 종합병원으로 탈바꿈하려고 합니다. "

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중진공이 중소기업의 '적극적 조력자'로 역할을 바꿔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운전자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단순히 자금을 대는 '소극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돌파구를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중기 지원 틀을 바꾸겠다"

송 이사장의 중소기업관(觀)은 '인업상종'(人業相從)이다. 어린아이가 자랄 때까지 부모가 꾸준히 돌봐줘야 하듯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1월 조직까지 바꿔가며 중진공을 중소기업 종합병원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코스닥 상장 기업의 21%는 성장 정체를 겪고 21%는 쇠퇴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라이프 사이클이 지나버린 한계 품목에 매달리는 탓"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유망 업종이나 품목을 찾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사업구조 고도화 지원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기 쉽지 않다는 게 송 이사장의 판단이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전문 컨설팅업체의 도움을 받을 여력이 부족한 탓이다. 그는 "중소기업 종합병원 시스템이 갖춰지면 신속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응급실 갖춘 중기 종합병원 만든다

송 이사장은 올초 '앰뷸런스맨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테면 종합병원의 응급실 격이다. 기계 전자 화공 금속 섬유 등 업종별 전문가는 물론 마케팅 자금 등에 전문성을 갖춘 베테랑급 직원 20명으로 구성했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앰뷸런스맨들이 현장에 급파돼 즉석에서 자금 등의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송 이사장은 "평소 한 달가량 걸리는 지원 절차를 1주일 이내로 단축시켰다"며 "최근 일본 대지진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은 중소기업들도 이틀 만에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송 이사장은 "761명 전 직원들이 특정 업종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업종전문가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에는 중진공이 100명 이상의 전공의를 보유한 종합병원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전환 지원에 역점

2006년부터 중소기업청과 시행해온 사업전환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사업전환 지원은 경쟁력이 떨어진 업종이나 품목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새로운 업종이나 품목 사업에 진출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경쟁력 약화 등으로 노쇠해진 중소기업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지원하는 구체적인 치료 수단인 셈이다. 지난 5년 동안 910개 중소기업의 사업 전환을 지원했다.

송 이사장은 "사업전환이 구조 고도화에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며 "예산(올해 1475억원)에 얽매이지 않고 3조2000억원의 가용자금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년 창업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다음달 안산에 개교할 예정"이라며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주겠다"고 말했다.

한경·중소기업진흥공단 공동기획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