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2008년 고유가 악몽' 재연과 글로벌 증시조정 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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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따른 출구전략 우려 확산…신흥국일수록 금리 인상 자제해야
3대 유종 가격이 마침내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글로벌 증시에서는 '2008년 고유가의 악몽(유가 상승→물가 앙등→금리 인상→자산가격 급락→마진 콜→디레버리지→투자국 전염→글로벌 금융위기)'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3년 전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자.길게 보면 9 · 11 테러 사태 이후 자산시장의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는 통화정책과 각종 규제 완화로 대변되는 이른바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2004년 상반기 미국의 기준금리는 1% 수준까지 대폭 인하됐다. 이 때문에 자산가격이 오르고 '부(富)의 효과'로 실물경기가 빠르게 회복됐다.
그 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형성된 '저금리와 자산가격 간 악순환 고리'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서 자산 시장은 전례없는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실물경제에서도 성장률이 잠재수준을 훨씬 웃도는 '인플레 갭'이 발생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됐다.
이런 상황 속에 2007년 여름 휴가철 이후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ER(기업수익 대비 주가 비율) 등이 거품 신호를 보내자 자산가격 상승세가 주춤거리면서 저금리와의 악순환 고리가 차단되기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도 높아졌다.
이때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자산가격 하락을 촉진시킨 것이 유가다. 2008년 초 70달러대였던 유가가 불과 6개월 새 140달러대로 치솟자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이를 계기로 자산가격이 급락하자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에 걸린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들이 디레버리지(자산회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됐다.
3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이번에는 자산시장을 감안한 통화정책과 각종 규제 강화로 대변되는 이른바 '버냉키 독트린'으로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도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점을 들어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 추진됐다. 작년 말까지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 부담이 거의 없었고 각종 규제와 감독도 대폭 강화됐다.
하지만 재스민 혁명이 4개월 이상 지속되자 신흥국에 이어 선진국도 인플레이션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3대 유종이 11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시점에 유럽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출구전략 추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이제부터 글로벌 증시의 본격적인 조정 국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 전개되는 상황만 놓고 본다면 2008년과 너무 흡사해 당시처럼 '고유가 악몽에 따른 증시 조정설'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 대목은 국내 증권사들이 석유 관련 소비가 세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배럴당 120달러를 넘지 않으면 글로벌 증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과는 차원이 다른 우려다.
이론적으로 최근 같은 우려가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지,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지는 두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하나는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액)이 얼마나 높으냐이고,다른 하나는 투자 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다. 이 두 지표가 클수록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 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 효과'가 발생한다.
2008년 당시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사들의 이 두 지표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위기 재발 방지 차원에서 레버리지 비율 등 각종 투자 기법과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또 지난 3년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투자 범위가 축소되고 그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이 때문에 최근 '고유가 악몽'이 2008년 당시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각국의 출구전략 추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자산시장이 조정받을 경우 다른 국가에 전가할 수 있었던 2008년과 달리 자국 국민이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인플레이션과 자산대책은 자국민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한국 등 신흥국일수록 그렇게 해야 한다.
여러 대책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신흥국 자산가격 거품이 선진국의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기인하고 인플레이션이 주로 공급 측에서 촉발되는 만큼 금리 인상은 가능한 한 자제해야 한다. 대신 외자에 대한 방어와 함께 자국통화 절상,임금 등 각종 가격통제,국민에 대한 도덕적 설득을 통해 물가안정과 자산시장 연착륙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3년 전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자.길게 보면 9 · 11 테러 사태 이후 자산시장의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는 통화정책과 각종 규제 완화로 대변되는 이른바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2004년 상반기 미국의 기준금리는 1% 수준까지 대폭 인하됐다. 이 때문에 자산가격이 오르고 '부(富)의 효과'로 실물경기가 빠르게 회복됐다.
그 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형성된 '저금리와 자산가격 간 악순환 고리'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서 자산 시장은 전례없는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실물경제에서도 성장률이 잠재수준을 훨씬 웃도는 '인플레 갭'이 발생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됐다.
이런 상황 속에 2007년 여름 휴가철 이후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ER(기업수익 대비 주가 비율) 등이 거품 신호를 보내자 자산가격 상승세가 주춤거리면서 저금리와의 악순환 고리가 차단되기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도 높아졌다.
이때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자산가격 하락을 촉진시킨 것이 유가다. 2008년 초 70달러대였던 유가가 불과 6개월 새 140달러대로 치솟자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이를 계기로 자산가격이 급락하자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에 걸린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들이 디레버리지(자산회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됐다.
3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이번에는 자산시장을 감안한 통화정책과 각종 규제 강화로 대변되는 이른바 '버냉키 독트린'으로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도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점을 들어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 추진됐다. 작년 말까지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 부담이 거의 없었고 각종 규제와 감독도 대폭 강화됐다.
하지만 재스민 혁명이 4개월 이상 지속되자 신흥국에 이어 선진국도 인플레이션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3대 유종이 11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시점에 유럽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출구전략 추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이제부터 글로벌 증시의 본격적인 조정 국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 전개되는 상황만 놓고 본다면 2008년과 너무 흡사해 당시처럼 '고유가 악몽에 따른 증시 조정설'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 대목은 국내 증권사들이 석유 관련 소비가 세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배럴당 120달러를 넘지 않으면 글로벌 증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과는 차원이 다른 우려다.
이론적으로 최근 같은 우려가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지,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지는 두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하나는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액)이 얼마나 높으냐이고,다른 하나는 투자 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다. 이 두 지표가 클수록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 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 효과'가 발생한다.
2008년 당시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사들의 이 두 지표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위기 재발 방지 차원에서 레버리지 비율 등 각종 투자 기법과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또 지난 3년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투자 범위가 축소되고 그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이 때문에 최근 '고유가 악몽'이 2008년 당시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각국의 출구전략 추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자산시장이 조정받을 경우 다른 국가에 전가할 수 있었던 2008년과 달리 자국 국민이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인플레이션과 자산대책은 자국민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한국 등 신흥국일수록 그렇게 해야 한다.
여러 대책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신흥국 자산가격 거품이 선진국의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기인하고 인플레이션이 주로 공급 측에서 촉발되는 만큼 금리 인상은 가능한 한 자제해야 한다. 대신 외자에 대한 방어와 함께 자국통화 절상,임금 등 각종 가격통제,국민에 대한 도덕적 설득을 통해 물가안정과 자산시장 연착륙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