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어깨 아프면 무조건 '오십견' 이라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정 주치의 - 어깨질환의 오해와 진실
회전근개 파열 그냥 두면 후유증 심할수도
회전근개 손상 초기엔 통증 심해…호전됐다고 방치하면 큰병 우려
찢어진 부분 봉합해야 완치…내시경 삽입 수술로 치료 간편
회전근개 파열 그냥 두면 후유증 심할수도
회전근개 손상 초기엔 통증 심해…호전됐다고 방치하면 큰병 우려
찢어진 부분 봉합해야 완치…내시경 삽입 수술로 치료 간편
직장인 이모씨(41)는 지난달 중순 포장이사를 했다. 이삿짐 업체 직원들이 대부분 힘든 일을 했지만 평소 근육을 쓸 일이 없던 이씨 가족들은 이사 후 녹초가 됐다. 이씨는 특히 어깨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하다 보니 저녁부터 어깨가 욱신욱신 아프기 시작했다. 통증이 일어나는 어깨와 팔에 찜질을 해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질 뿐 별 차도가 없었다. 통증을 참다가 병원을 찾으니 회전근개가 손상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어깨 통증은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7명꼴로 나타난다. 성인은 10명 중 6명이 한 번 이상 심한 어깨 통증을 경험한다. 흔히 허리 통증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어깨 통증이 허리 통증과 비슷한 비율로 올라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어깨관절 질환으로 수술받은 환자 수는 2005년 7721명,2006년 1만824명,2007년 1만4000명,2008년 2만190명,2009년 3만1076명으로 4년 만에 4배로 증가했다.
어깨질환이 급증하는 것은 스포츠 활동 및 노령인구의 증가가 주된 요인이다. 초기 어깨질환을 가볍게 생각하며 방치하거나 잘못된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도 원인이다. 최근 충남 아산의 한 면소재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53명 중 110명(43.5%)이 어깨 통증이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야간 통증을 호소한 사람은 83명(32.8%)이었다. 또 응답자 중 45%는 5㎏ 물건을 들기가 어려웠고,38%는 높은 선반에 손 올리기가 불편했다. 농촌 주민의 경우 적잖은 수가 어깨질환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흔히 어깨질환을 일본식으로 오십견(50세의 어깨)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병명이 아니다. 허리 통증을 요통이라 부르지만 정식 병명이 아닌 것과 비슷하다. 실제 중년에서 가장 흔한 어깨질환은 어깨충돌 증후군 또는 어깨힘줄(회전근개) 파열이다.
어깨충돌 증후군은 회전근개(어깨를 감싸고 있는 4개의 힘줄)와 견봉(회전근개를 덮고 있는 지붕이 되는 뼈)이 반복적으로 부딪치는 현상으로 장기화하면 염증과 마모를 유발해 퇴행성 변화를 초래하고 어깨힘줄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떤 원인으로든 어깨힘줄에 변성이 생겨 약해지고 비정상적인 구조로 변하면 언젠가 회전근개가 찢어지게 마련이다. 중년 이후에는 급작스러운 운동이나 자연적인 노화에 의해 회전근개가 파열될 확률이 높아진다. 테니스 골프 배드민턴 탁구 야구 배구 수영 등 어깨에 무리를 주는 운동이 회전근개 파열을 유발하기 쉽다.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초기에는 팔을 위로 들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점차 완화된다. 통증이 감소했다고 방치하면 나중에 더 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정윤 동대문 튼튼병원 원장은 "유착성 관절낭염(협의의 오십견,동결견)은 어깨가 굳어져 아무리 팔을 올리려고 해도 올라가지 않는 반면 회전근개 파열은 아프더라도 억지로 팔을 올리면 올라가고 특정 동작에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며 "관절내시경으로 진단 후 수술하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병의 진행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고 수술 후 통증과 흉터가 작다"고 말했다.
경미한 경우라면 물리 · 통증 · 재활치료 등으로 고칠 수 있다. 물리치료는 통증 유발점에 국소마취제를 놓아 근육을 이완시키거나 전기자극을 가하는 방법을 쓴다. 기본적으로 손상된 회전근개는 찢어진 부분을 봉합해야 완치된다. 최근에는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1㎝가량의 구멍만을 뚫고 어깨관절에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하는 방법이 확산돼 간편하게 치료할 수 있다.
유착성 관절낭염은 어깨를 싸고 있는 관절 주머니가 염증을 동반한 채 쪼그라들어 붙어 있는 상태다. 통증으로 밤에 편안하게 잠드는 게 힘들고,팔 올리기가 어려우며,등 뒤로 팔을 들어올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깨질환 중 석회성 건염도 최근 점차 늘고 있다. 어깨힘줄에 석회물질이 쌓여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힘줄에 석회가 침착하는 것은 분명치는 않지만 대개 손상받은 힘줄에 산소가 적게 공급되고 일상적인 압박이 가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나이에 따른 퇴행성 변화도 연관이 있다. 여성에게 조금 더 많고 20대부터 나타나며 40대에 가장 흔한 특징을 보인다. 초기에는 초음파로 보면서 주사기로 석회를 뽑아내거나,외부 충격파를 이용해 힘줄의 석회질을 제거한다. 이와 함께 약물로 통증과 염증을 완화한 다음 운동 치료로 상태를 호전시키기도 한다.
박진영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치료 효과는 사람마다 다양한 편차를 보이며 장기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다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관절내시경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오십견'으로 자가진단하고 치료하지 않거나 민간치료법에 의존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어깨질환을 예방하려면 야구 배구 수영 등 어깨를 들어 반복적으로 머리 위로 뻗는 운동을 삼가야 한다. 골프 역시 잘못된 스윙 궤도로 땅을 치면 어깨가 적잖이 손상된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헬스장에서 무거운 기구를 머리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도 어깨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 주범이다. 평소 수건을 양손으로 잡고 어깨 위로 뻗어 좌우로 허리를 구부리는 동작을 아침 저녁마다 10회씩,한 번에 10초간 지속하면 어깨질환 예방과 증상 완화에 좋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