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미디어 금식(禁食)이 필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스마트폰 가입자가 1000만 명이 넘었다. 이에 비례하여 기억력과 계산능력이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 환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창의적인 뇌운동량이 줄어들어 외워도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의 정보처리방식과 비슷해서 한쪽이 커지면 다른 부분은 줄어든다. 자신의 뇌를 활용하지 않고 기계에다가 정보를 저장을 하니 뇌가 제 기능을 못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핸드폰이 없으면 전화번호도 기억 못하는 사람이 주위에 의외로 많다. 디지털 치매 환자의 머릿속에는 아무 것도 저장된 것이 없는 것이다.
디자이너 임헌우의 말이다. ‘요즈음 디자이너들은 너무나 컴퓨터에 익숙해져 있어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먼저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래서 만약 컴퓨터가 표현할 수 없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디자이너는 그 아이디어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 디자이너는 컴퓨터가 아이디어를 확장시키고, 더 발전시키는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드러내고 할 수 있는 영역을 한정시키는데 컴퓨터가 쓰이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컴퓨터의 성능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 크기라고 말한다. 어느 새 도구가 사람의 생각까지 결정짓는 세상이 되었다.
언젠가 작가로 활동하는 분이 타자기로 글을 쓰는 미국 작가와 달리 우리나라 작가는 아직도 원고지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그것은 우리 작가는 자기 글을 쓰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신진 젊은 작가들은 대부분 컴퓨터로 글을 쓴다. 수정하기도 편하고 힘도 덜 들기 때문에 굳이 고생스럽게 원고지에 글을 쓰는 작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원고지를 통해 습작하며 작가의 길을 걸은 사람은 여전히 원고지를 애용한다. 집필 중 버려지는 원고지 숫자만큼 글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고 말한다.
작가 조정래씨가 장편소설‘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사용한 원고지는 16,500장이었다. 그 분이 집필을 마친 후 아들과 며느리에게 작품 원고를 그대로 필사하도록 시켰다고 한다. 이 작품이 어떤 과정과 고생 끝에 나온 것인지 작가의 혼(魂)을 느끼기 위해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과 며느리는 수년에 걸쳐 무사히 필사를 마쳤다. 그리고 그 필사본은 태백산맥 문학관에 작가의 원고와 함께 전시되어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몇 몇 사람이 필사에 도전해 보았지만 성공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아마 컴퓨터로 치라고 했다면 성공한 사람이 여러 명 나왔을지도 모른다.
컴퓨터는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뛰어 넘지 못하지만, 원고지는 작가에게 자기 글을 제공한다. 그 작가가 다른 사람과 달리 옛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그것이 진짜 내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 것, 자기만의 것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컴퓨터, 원고지 어느 것이든 반드시 그 중심에는 자신(自身)이 있어야 하고, 자신이 종속이 아닌 주인공이어야 한다.
영국의 신경과학자팀이 런던의 택시기사 16명의 뇌를 스캔했다고 한다. 스캔을 한 결과, 운전경력이 많을수록 기사들의 뇌중에서 공간 지각을 담당하는 부위가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넓었다. 복잡한 도로 정보를 저장해둬야 하니까 뇌의 신경세포가 증가한 것이다. 만약 우리도 택시기사의 뇌를 스캔한다면 영국의 기사와는 반대의 결과를 얻을 것이다. 도로를 달리는 택시치고 내비게이션 없는 택시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변화를 강요당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이대로가 그런대로 살만하다고 생각해도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저만치 밀려나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중장년층에서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내가 세상을 사는 주인공이라는 생각 말이다.
사람은 생각하고 인지하고 깨닫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 빠르고 편한 것이 대세라고 하더라도 인간적인 것은 잃어버리지 말자. 그리고 가끔은 미디어 금식(禁食)을 하자. 사람이 한 생각, 또 한 깨달음을 알게 되면 기계보다는 자연적인 것을 더 좋아하게 된다. 느림이 주는 기다림은 가슴을 열고 순간순간마다 인생이 주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해 주며, 인생의 맛을 알게도 해준다. (hooam.com/whoim.kr)
☞ 차길진 칼럼 더 보기
디자이너 임헌우의 말이다. ‘요즈음 디자이너들은 너무나 컴퓨터에 익숙해져 있어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먼저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래서 만약 컴퓨터가 표현할 수 없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디자이너는 그 아이디어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 디자이너는 컴퓨터가 아이디어를 확장시키고, 더 발전시키는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드러내고 할 수 있는 영역을 한정시키는데 컴퓨터가 쓰이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컴퓨터의 성능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 크기라고 말한다. 어느 새 도구가 사람의 생각까지 결정짓는 세상이 되었다.
언젠가 작가로 활동하는 분이 타자기로 글을 쓰는 미국 작가와 달리 우리나라 작가는 아직도 원고지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그것은 우리 작가는 자기 글을 쓰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신진 젊은 작가들은 대부분 컴퓨터로 글을 쓴다. 수정하기도 편하고 힘도 덜 들기 때문에 굳이 고생스럽게 원고지에 글을 쓰는 작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원고지를 통해 습작하며 작가의 길을 걸은 사람은 여전히 원고지를 애용한다. 집필 중 버려지는 원고지 숫자만큼 글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고 말한다.
작가 조정래씨가 장편소설‘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사용한 원고지는 16,500장이었다. 그 분이 집필을 마친 후 아들과 며느리에게 작품 원고를 그대로 필사하도록 시켰다고 한다. 이 작품이 어떤 과정과 고생 끝에 나온 것인지 작가의 혼(魂)을 느끼기 위해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과 며느리는 수년에 걸쳐 무사히 필사를 마쳤다. 그리고 그 필사본은 태백산맥 문학관에 작가의 원고와 함께 전시되어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몇 몇 사람이 필사에 도전해 보았지만 성공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아마 컴퓨터로 치라고 했다면 성공한 사람이 여러 명 나왔을지도 모른다.
컴퓨터는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뛰어 넘지 못하지만, 원고지는 작가에게 자기 글을 제공한다. 그 작가가 다른 사람과 달리 옛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그것이 진짜 내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 것, 자기만의 것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컴퓨터, 원고지 어느 것이든 반드시 그 중심에는 자신(自身)이 있어야 하고, 자신이 종속이 아닌 주인공이어야 한다.
영국의 신경과학자팀이 런던의 택시기사 16명의 뇌를 스캔했다고 한다. 스캔을 한 결과, 운전경력이 많을수록 기사들의 뇌중에서 공간 지각을 담당하는 부위가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넓었다. 복잡한 도로 정보를 저장해둬야 하니까 뇌의 신경세포가 증가한 것이다. 만약 우리도 택시기사의 뇌를 스캔한다면 영국의 기사와는 반대의 결과를 얻을 것이다. 도로를 달리는 택시치고 내비게이션 없는 택시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변화를 강요당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이대로가 그런대로 살만하다고 생각해도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저만치 밀려나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중장년층에서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내가 세상을 사는 주인공이라는 생각 말이다.
사람은 생각하고 인지하고 깨닫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 빠르고 편한 것이 대세라고 하더라도 인간적인 것은 잃어버리지 말자. 그리고 가끔은 미디어 금식(禁食)을 하자. 사람이 한 생각, 또 한 깨달음을 알게 되면 기계보다는 자연적인 것을 더 좋아하게 된다. 느림이 주는 기다림은 가슴을 열고 순간순간마다 인생이 주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해 주며, 인생의 맛을 알게도 해준다. (hooam.com/whoim.kr)
☞ 차길진 칼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