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주와 화학주 모두 지난 1분기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격 전가력이 정유주와 화학주의 주가를 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주는 고유가에 대한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고 있지만 화학주들의 경우는 정유주보다 전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2시7분 현재 화학업종 대장주인 LG화학이 0.31% 하락한 것을 비롯, 호남석유(-2.77%), SK케미칼(-3.80%), KPX그린케미칼(-2.50%), 대한유화(-2.32%), 국도화학(-1.63%) 하락하고 있다. 수급측면에서도 같은 시간 외국인은 화학업종에서 369억원 어치를 팔고 있다.
반면 같은 시간 정유주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3.68% 오르고 있고, S-Oil(1.66%), GS(0.63%)도 동반 오름세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석유화학업체들의 주원료인 납사 가격이 고유가로 인해 많이 오른 상태"라면서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지속되면 화학업체들이 원료가격에 대해 느끼는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정유주들의 경우는 최근 정유사 과징금 우려나 내수 가격 인하 등의 여파로 주가가 조정을 거쳤다"면서도 "화학업종의 경우 연초부터 무탈하게 우상향 하면서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커진 현 시점에서 외국인의 차익실현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LG화학, 호남석유 등 연초 대비 주가가 꾸준히 올랐던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면서 "지난 1분기 호실적 추정보다는 고유가로 인한 2분기 불안요소가 화학업체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주 브랜트유는 배럴당 126달러를 넘어섰고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각각 117.1달러, 112.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비아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 확대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며 "뉴욕상업거래소(NYMEX) 원유 선물 시장에서도 순매수 포지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고유가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