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이 끝났지만 착공되지 않고 있는 전국 30여개 택지개발예정지구 내 농지가 인근 농민에게 임대돼 경작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전국 택지지구에 대한 사업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장기 미착공 지구로 분류된 택지개발지구안의 농지를 농민에게 임대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LH가 보상을 마친 지구 내 땅을 임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재정 상황 등에 비춰 착공이 늦어지는 곳에 대해선 장기간 방치하기보다 농지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구 내 농지 경작을 허용하는 곳은 전국 276개 사업지구 중 착공을 미루는 30여곳이다. LH는 착공 연기 방침이 확정된 경기도 화성 봉담2지구 내 농지를 임대키로 했다. 다른 곳들도 지구별 관리계획을 세워 순차적으로 임대할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봉담2지구 주변에는 동탄2신도시 남양뉴타운 향남2지구 등 개발 물량이 많아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며 "울타리를 쳐둔 땅을 그냥 놀리기보다 경작을 허용하는 것이 관리 차원에서도 나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택지지구 내 임대 농지는 실제 농작물이 경작되거나 다년생 식물 재배지로 이용되고 있는 토지다. 농사를 짓던 원주민에게 우선적으로 임대하되 기존 경작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주변 농부들에게도 경작권을 주기로 했다.

임대료는 농지 수확량의 10%로 책정했다. LH 관계자는 "농업손실보상금 수령 대신 경작을 선택하는 이들에겐 착공 전까지 무상으로 땅을 임대키로 했다"고 말했다.

1인당 임대 면적은 2만㎡로 제한되고 계약은 연간 단위로 체결한다. 생육기간 1년 이하의 농작물만 경작할 수 있지만 기존의 과수는 그대로 경작토록 허용했다. 논에는 벼농사만 지을 수 있다.

부채 규모가 125조원에 이르는 LH는 전국 414개 사업지구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보상을 마친 276개 사업지구 가운데 상당수는 착공을 연기할 방침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