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환시장에서 주문실수(딜미스)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82.5원을 개장가로 기록했다. 지난 주말 종가보다 99.5원이나 폭등한 수치다. 그러나 이는 한 외화딜러의 실수로 확인됐으며 이내 거래가 취소됐다. 개장가는 2~3분 뒤 전 거래일 종가보다 0.5원 내린 1082.5원으로 정정됐다.

서울 환시에는 지난주 6일에도 똑같은 촌극이 발생했다. 당시 개장가는 전일종가보다 98.3원 급등한 1188.5원으로 결국 주문이 취소됐고, 전날보다 1.7원 하락한 1088.5원으로 개장가를 고쳤다.

3~4거래일 사이에 이 같은 일이 연이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은 원·달러 환율의 백 단위 자릿수가 2년반 만에 '0'으로 바뀌었기 때문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1100원대의 환율이 익숙한 상태에서 습관적으로 거래시스템에 '11'을 앞 두 자리(천, 백 단위)로 입력했다는 것이다.

한 외환중개소 관계자는 "장 중에는 변동이 큰 주문을 입력할 수 없지만, 개장 시 첫 거래에는 (변동폭이 비정상적인) 주문 입력을 제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장중에는 외환딜러가 거래 범위를 설정해놓으면 해당 범위를 벗어나는 비정상적인 주문은 제한당하게 돼있다.

다만, 환율이 짧은 기간동안 연이어 100원가량 폭등했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말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지난번에 이어 해프닝이 발생했지만, 다들 (단순한 입력) 실수라고 생각했다"며 "취소될 거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큰 혼란 없이 넘어갔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환율의 단위가 추가로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개장가 주문실수에 대한 방지책이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1080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환율이 다시 1100원대로 올라가거나 1000원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개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시스템을 검토 중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없는 상태"라며 "실제 참가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