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일본과 함께 장수 기업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15년이 채 안 되는 상황에서 독일엔 회사 역사가 200년 이상 되는 초장수 업체가 800개가 넘는다. 최근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가 선정한 독일 장수 기업 랭킹을 소개한다.

독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기업은 1530년 아헨에서 설립된 단추 전문 제조업체 프림이다. 놋쇠와 구리 주조업체에서 출발한 프림은 현재 전 세계 40여개국에 있는 공장에서 매일 1500만개의 단추를 생산한다. 바늘 등 단순 금속가공 제품에서부터 전자부품과 회로기판 등 품목을 다각화하며 사양산업이란 외부의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2위는 아르누보 스타일 고급 와인잔으로 유명한 와인잔 전문 제조업체 포슁어다. 1568년 설립된 포슁어는 20세기 초 유명 비행선인 제펠린에 유리 제품을 독점 공급하기도 했다. 3위엔 현존 독일 은행 중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베렌베르크방크가 꼽혔다. 1590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뒤를 이어 수제화 전문업체 에드마이어(1596)와 양조업체 프리드르(1664)가 장수 기업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신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에드마이어는 작센과 바이에른 왕실에 구두를 납품했던 명성을 활용,지금도 최고급 럭셔리 수제화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베스트팔렌 지역에서 프리드리히슈바르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프리드르는 11세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1688년 다름슈타트의 조그만 약국에서 출발한 대형 제약회사 머크(6위)도 대표 장수 기업에 꼽혔다. 쌍둥이칼로 잘 알려진 츠빌링헨켈은 1731년 6월13일부터 각종 칼을 생산,지난해 3억3100만유로의 매출을 기록한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1756년 설립된 독일의 유통 거인 하니엘은 장수기업 14위에,1761년 설립돼 8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유명 색연필 제조업체 파버카스텔은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델스블라트는 "전문화로 기술 차별화를 꾀하면서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기업들이 수백년째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