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인기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쇼'가 25년 만에 폐지된다고 한다. 필자도 애청자다. 그녀의 쇼 중에서도 현실 속 영웅을 스튜디오로 초대,그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인터뷰하는 '영웅들 편'은 나의 마음에 남는다. 그들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남이 알아주든,그렇지 않든 묵묵히 최선을 다해온 평범한 사람들이다.

필자에게 감동을 줬던 그날의 초대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1월 새떼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엔진이 정지돼 여객기를 불시착시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침착한 대응으로 승객들의 생명을 구한 체슬리 슐렌버거 기장과 비행기 승무원들,비상착륙에 대비해 곧바로 출동한 911구조대원과 잠수부들이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허드슨 강의 기적을 이룬 영웅'으로 묘사됐다. 방청객은 그 비행기에 탑승했던 155명의 승객이었다. 그들의 생명을 구하느라 신속히 출동했던 구조대원과 생존자들이 끌어안는 장면에선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날의 사고는 뉴욕이라는 인구 밀집지역에 항공기가 추락해 초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적처럼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비행기 조종사였던 슐렌버거 기장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한순간의 위기에 대비해 평생 연습해 온 게 155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담담히 밝혔다. 보기만 해도 든든해 보이는 구조대원들은 팀워크가 빛을 발했다고 전했다. 각자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결과에 박수를 보내는 훈훈한 방송이었다.

이만큼 드라마틱한 상황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일정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소개해 잔잔한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2005년 4월 시작해 6년째 이어지고 있는 SBS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다. 수십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며 열정과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 이른 보통사람들의 삶과 리얼리티를 담아낸 다큐다. 비록 거창하진 않지만 평생을 묵묵히 일하는 과정에서 최고가 된 '생활 달인'의 놀라운 득도의 경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벌어진다. 그 프로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보다 적극적인 삶의 주인공이 되고자 각오를 다지게 된다.

이번 주 이 방송국에서 웨딩드레스 분야의 달인을 뽑는데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과연 필자가 달인을 뽑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잠시 망설였다. 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일상적인 작품 발표나 패션쇼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인 디자이너라는 점에서 심사를 의뢰한 게 아닌가 싶어 출연을 승낙했다. 전문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은 분야에서 오랜 세월 자신의 피나는 노력으로 다져온 달인의 내공은 우리 생활의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의 힘,달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황재복 < 황재복웨딩 대표 zenia88@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