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KAIST 총장의 'MIT식 개혁'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KAIST와 쌍벽을 이루는 이공계 특성화대학 포스텍과의 비교도 관심을 끌고 있다. 2009년 세계대학평가(영국 QS-타임지)에서 KAIST는 79위,포스텍은 112위였다.

KAIST는 국립,포스텍은 사립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정부와 재단 등의 지원으로 기본적인 학비 부담은 다른 대학에 비해 작다. KAIST는 2007년 '징벌적 등록금제'를 도입하기 전까지 수업료를 받지 않았다. 포스텍의 한 학기 학비는 270만원 선으로 국립대인 서울대의 90% 수준이다.

하지만 제도 운영 측면에선 차이가 있다. KAIST는 평점 3.0 미만 학생들에게 0.01점 내려갈 때마다 6만원의 등록금을 부과한다. 반면 포스텍은 3.3 이상인 학생들은 정부의 이공계 장학금을 받아 수업료를 거의 내지 않고,3.3 미만이라도 일정 시간 일하면 학기당 150만원 정도의 '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KAIST가 혜택을 박탈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이라면 포스텍은 성취도에 따라 혜택을 주는 '포지티브 시스템'인 셈이다. 포스텍 총학생회의 한 학생은 "성적을 높이라는 압박은 우리 학교도 비슷하지만 적어도 차등적 등록금제와 같은 강제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또 KAIST는 전공과 교양을 막론하고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지만 포스텍은 대학원만 전체 영어 강의를 하고 학부에선 3~4학년 전공 강의만 영어로 수업한다. KAIST의 한 학생은 "전공이라면 몰라도 교양과목은 영어로 수업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어차피 못 알아들으니 수업시간은 멍하게 보내고 따로 공부해야 하는 경우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차이가 반영된 탓인지 두 학교 학생들의 자퇴율은 매년 2~3배씩 차이를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9년 KAIST 학생들의 자퇴율은 1.38%였지만 포스텍은 3분의 1 수준인 0.47%였다.

최근 포스텍에서 서울 시내 사립대학으로 옮긴 한 교수는 "두 학교 모두 외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학생들을 압박하지만 포스텍은 KAIST에 비해 인문학 강의나 상담 프로그램을 상대적으로 일찍 개설해 학생들을 정서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 다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