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메워주다 마이너스 재정 불보듯"
'3 · 22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의 핵심인 취득세 50% 인하를 둘러싼 논란은 4월10일 일단락됐다. 일요일인 이날 오후 6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는 당 · 정 · 청 주요 인사 15인이 모였다. 예정에 없던 이날 15인 회동은 청와대가 긴급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정진석 정무수석,김대기 경제수석이,여당에서는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심재철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김황식 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재오 특임장관,임채민 총리실장이 자리했다. 취득세 논란의 당사자격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김문수 경기도지사,허남식 부산시장 등 일부 광역시도단체장이 참석했다. 이날 총리공관으로 들어서는 참석자들의 얼굴빛은 사뭇 달랐다. 맹 장관과 주요 지자체장들은 미소를 머금고,당측 참석자들도 여유가 있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반면 윤 장관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취득세 메워주다 마이너스 재정 불보듯"
◆1 대 14로 맞서

6시30분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격론이 벌어졌다. 이날 회의 안건은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자체들의 세수 부족을 어떻게 메워주느냐는 것.

맹 장관과 주요 지자체장들은 취득세 인하로 주택 거래가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상관없이 세수 감소분을 중앙 정부가 전액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윤 장관은 "무조건 퍼주기식 지원은 국가 재정 여건상 곤란하다"며 "당초 지자체가 올해 예산으로 잡은 취득세수 규모나 과거 몇 년간 평균 세수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에서 보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방어했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토론에서 지자체의 전액 보전 주장에 반대한 참석자는 윤 장관이 유일했다. 오 시장도 일부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이유가 달랐다. 정부가 세수 부족 보전 방식으로 제시한 지방채 인수에 대한 반대였다. 지방채 발행은 지방 재정 건전성에 불리하므로 차라리 지방교부세를 인상해 달라는 것으로,정부 입장에선 오히려 더 부담스런 주장이었다.

격론은 싱겁게 끝이 났다. 토론 말미에 청와대와 당쪽 참석자들이 일제히 나서 지자체의 취약한 재정을 감안해 전액 보전을 해 주자는 쪽으로 유도했기 때문이다. 윤 장관도 회동 다음 날 기자와 만나 "이미 결론을 갖고 시작한 회의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태스크포스(TF) 결론과 달랐다

15인 회동 다음 날인 11일 재정부 분위기는 한마디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취득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 구성한 TF에서의 논의 내용과 판이하게 다른 쪽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TF 내에서 이견이 엇갈리긴 했지만 취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예측해 합리적인 선에서 보전해주기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었다"며 "15인 회동에서는 TF 논의 결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취득세 감소분 전액 보전으로 작년에 플러스로 돌아선 재정수지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을 등에 업은 지자체 완승

이날 15인 회동 결과에 대해 일각에선 '정치 논리를 등에 업고 지자체가 중앙 정부를 상대로 100% 완승을 거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 · 27 재보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표심에 민감해진 청와대와 여당이 정부를 설득해 지자체에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15인 회동 결과는 앞으로 주택 매매자들에게 취득세로 깎아줄 것으로 예상되는 최소 2조원 이상에 달하는 금액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자는 것"이라며 "경제논리를 무시한 정치논리가 정책을 왜곡시킨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