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한상근 KAIST 수리과학과 교수(55)는 11일 점퍼 차림으로 긴급교수협의회장에 나타났다. 한 교수는 "친구들이 '당신은 나이가 몇인데 학생들이 죽게 놔두느냐'고 하더라"며 "이 말에 책임감을 느껴 나서게 됐다"고 운을 뗐다.

한 교수는 서 총장이 도입한 100% 영어강의에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영어로 강의를 하다 보니 힘들어하는 학생이 많아 수업 효율성이 형편없이 떨어졌다"며 "영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지식 전달이 우선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말로 강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영어강의를 잘하면 150만원 정도의 인센티브를 받지만 학과장이 영어강의를 요구해도 따를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서 총장의 대학경영 방식이 3류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1류 대학은 그 대학에 노벨상 수상자가 몇 명인지를 말하고,2류 대학은 교수 중 학회장이나 청와대 자문위원이 몇 명 있는지를 말한다"며 "외국인 교수와 학생 수를 늘리거나 영어강의에만 집착하는 서 총장의 방식은 3류"라고 주장했다. 최소한 2류는 따라가야 하는데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올리기 위해 KAIST를 3류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서 총장에 대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며 매우 직설적인 발언도 했다. 향후 KAIST의 진로에 대해서도 "경쟁은 하되 돈과 결부시키면 안 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징벌적 등록금제는 학생이 성적 미달로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며 "즐겁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