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유류세 인하를 깊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유류세가 실제 인하될지,인하된다면 그 시기는 언제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류세 인하 타이밍과 관련해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정유사들의 '3개월간 기름값 ℓ당 100원 인하' 조치가 끝나는 오는 7월7일 이후다.

정유사들은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기름값을 내리기로 했다. 3개월 뒤에는 정유사 '할인 효과'가 사라져 기름값이 원위치된다. 소비자 부담이 다시 커지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 입장에선 이때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11일 기준 보통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약 913원으로 10%만 인하돼도 기름값이 ℓ당 90원 떨어진다. 임종룡 재정부 제1차관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절약이 필수적인데 정유사가 가격까지 내린 상황에서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이 적정한지 고민 중"이라고 말해 유류세 인하 여부를 3개월 뒤로 미룰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류세 문제는 가격 문제도 있지만 재정문제도 있고,협의를 해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유가가 너무 많이 올라 서민의 부담이 되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7월7일 이전에 정부가 전격적으로 유류세 인하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 유가와 원 · 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한국은 원유의 거의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국제 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원유 도입단가가 오르고 국내 기름값도 뛰게 된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 등으로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 효과가 증발하면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서 유류세 인하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얘기다.

셋째,향후 3개월간 국제 유가와 환율이 하락하면 정부의 유류세 인하 검토는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다. 재정부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재정부 내에선 "경제 논리만 보면 유류세 인하 명분이 약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그에 맞춰 에너지를 절약하고 소비도 줄이는 게 바람직하지,유류세를 낮춰 인위적으로 석유 소비를 늘려주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 효과와 국제 유가,환율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유류세 인하 시기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 고통을 분담하고 물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내릴지는 미지수"라며 "유류세 인하는 경제논리뿐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용석/박신영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