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들이 빠져나가면 안산은 망해요. 그들이 안산 지역 경제를 먹여살리고 있으니까요. "(원곡동 A상가 주인)

지난주 안산 원곡동을 비롯한 주요 외국인타운을 돌아다니면서 현장 취재한 결과 뜻밖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땅의 외국인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체 상권을 형성하며 놀라울 정도로 경제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안산 원곡동 지역 상가의 80% 이상을 외국인들이 운영한다는 사실만 해도 이번 현장 취재에서 확인한 새로운 내용이었다. 원곡동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내 차이나타운 등 다른 외국인 밀집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불황을 모를 정도로 한국 속 이방지대의 경제는 커져가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코리너(Korea+foreigner)가 한국 사회의 엄연한 생산 · 소비 계층으로 부각됐다는 얘기다.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지만,외국인 근로자들이 일거에 모두 빠져나간다고 가정하면 2%대인 제조업 분야의 인력 부족률이 8%대로까지 치솟을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숫자가 급증하고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땅의 외국인들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주변부에 맴돌고 있다. 그들을 한국 주류 사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아직 서로 간에 부족해 보인다. 외국인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이중적인 자세부터 문제다. 현장을 둘러보니 편견의 잔재가 적지 않았다. 백인에겐 친절하지만 동남아 근로자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마구 대하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었다.

국내의 법과 제도 역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법과 제도엔 여전히 민족을 중시하는 혈통주의적인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며 "126만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을 껴안기 위해선 법과 제도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리너'들을 한국 사회의 각 궤도로 편입시키는 건 단순히 인도주의적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126만 코리너 시대'에 그들과 우리가 지혜롭게 더불어 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들을 주변부에서만 맴돌게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한국 경제의 한축으로 인정하고 우리 사회의 주역으로 받아들이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