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율로 결정…법규정 없어 '불공정' 논란
'전용회선'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증권사의 주문 과정을 알아야 한다. 회선이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통신라인을 가리키는 것 같지만 사실 일종의 주문 프로세스(주문 수신 · 전달 프로그램)다. 고객이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영업점 단말기 등에 주문을 내면,증권사의 주문 처리시스템인 FEP(Front-End Process)로 모아진다. 여기서 주문별로 가상의 프로세스 아이디를 배정받아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 시스템으로 들어간다. 증권사 FEP와 거래소시스템 사이에는 KT 등 기간사업자의 광전선 3개(기본 2개,백업용 1개)가 연결돼 회사별로 기본적인 속도 여건은 같다.
다만 증권사가 몇개의 프로세스를 운영하느냐는 자율이다. 거래소는 "광대역 전선을 몇개 차선(프로세스)으로 나눠쓸지는 증권사가 결정한다"며 "증권사별로 연간 2500만원씩 접속수수료를 내면 최대 26개 프로세스아이디(PID)를 배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다. 기관투자가나 큰 손들은 주문 속도에 민감해 별도 회선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A선물회사 관계자는 "2500만원을 대신 낼테니 자신들의 주문만 받는 회선을 배정해 달라는 식"이라며 "개미들이 많이 사용하는 HTS 주문을 일부 회선에 몰아넣고 나머지 여유있는 회선을 우수고객에게 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경우 개미들은 먼저 주문을 내도 거래소 시스템에 호가가 늦게 입력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한 증권사 파생영업 담당 임원은 "고객의 속도 요구에 밀려 프랍 트레이딩(고유자산 운용)이 더 느려졌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부 증권사가 스캘퍼 유치를 위해 접속수수료 면제 등 특혜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용회선 사용과 관련해 현재로선 명확한 기준이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특정 고객에게 회선을 배정하는 것은 경쟁매매의 조건에 어긋난다"면서 "다만 법이나 규정으로 이를 강제로 막을 기준이 없다"고 토로했다. 거래소는'주문 순서에 따라 호가를 입력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데 그치고 있다. 주문 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순서에 대한 기준도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대량주문 고객을 별도 회선에 몰아넣는 것이 모든 고객에게 유리할 수 있다.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이른바 '로드 밸런싱'을 제대로 하느냐가 결국 관건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결국 회선 운영 기준이 검찰수사의 성과와도 직결될 것"이라며 "명확한 가치 판단이 없을 경우 증권사 직원에 배임혐의 이상을 걸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스캘퍼
scalper.전문적인 초단타매매자를 말한다. 속칭 '슈퍼 메뚜기'로 불린다. 데이트레이더(일일거래자) 중에서도 가장 짧은 기간 동안 포지션을 취한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거래를 통해 작은 수익을 축적해 가는 박리다매형 거래를 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