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소재로한 또 하나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는다.

아니, 이번에는 ‘전쟁’ 영화라기보다는 그 안에서 ‘이유 없이’ 슬픈 삶을 살다간 ‘사람’ 영화다.

여자 역도 선수를 꿈꾸는 청춘들의 고군 분투기를 그린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 박건용 감독이 차기작으로 한국전쟁 속 양민들의 비극을 희극적으로 풀어낸 ‘적과의 동침’이라는 영화를 선보인다.

‘적과의 동침’은 1950년 한국전쟁 속, 전쟁이 뭔지도 모른 채 평화롭게 살아가던 한 시골마을의 주민들이 갑자기 쳐들어온 인민군들과 함께 지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설정을 그리고 있다.

한국전쟁, 그리고 오지의 마을, 그들의 화해라는 설정에 8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웰컴투 동막골’ 아류작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의견 또한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2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언론에 최초 공개된 ‘적과의 동침’은 ‘웰컴투 동막골’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아니 ‘동막골’은 전혀 떠올려지지 않는다. 같은 코드도 설정도 스토리도 없다.

앞서 진행됐던 제작보고회에서 박 감독은 “‘동막골’과는 시대적 배경만 비슷하다. 단 그 것 뿐이다”라면서 “영화를 보면 또 다른 한국전쟁 영화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날 시사 후 간담회에서 박건웅 감독은 “전쟁의 아픔과 역사를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무엇보다 그동안 전쟁영화가 군인, 정치인 등을 그린 반면 그들의 싸움에 피해를 입은 양민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번 시나리오는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믹 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소재 특성상 한 없이 표현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 한다”면서 “충분히 많이 반영됐고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비극을 희극적으로 표현함에 풍자적 코믹 장치는 분명 있다”라고 덧붙였다.

‘적과의 동침’은 시나리오를 집필한 배세영 작가의 할머니가 겪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작품이다. 픽션과 논픽션이 가미된 영화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실화 영화일수도, 실화 영화같이 보이는 허구 영화일 수도 있다. 때문에 매력이 충분한 영화다.

특히 연기파 배우 김주혁, 유해진, 김상호, 신정근의 열연과 정려원, 양정아의 파격 변신이 가미돼 극의 흐름 내내 시선을 몰입케 한다.

전쟁영화지만 전쟁신이 많지 않은, 코미디 영화지만 웃기지 만은 않은 영화 ‘적과의 동침’. 그 안에는 진정한 적도 없고 악도 없다. 따뜻한 여운만이 남는다. 28일 개봉.

한경닷컴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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