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로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상업용 원자로 연료로 전환하겠다는 미국의 야심찬 계획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태로 새 걸림돌을 맞게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사바나 강 유역에 무기급 플루토늄 43t을 상업용 연료로 전환하는 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고 있다.

냉전시대 이후 미국과 러시아간의 핵무기 경쟁이 줄어들면서 남아돌게 된 플루토늄을 일반 원자로 연료인 우라늄과 섞어 혼합핵연료(MOX)를 만들면 원자로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업용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이 지역 상원의원 린제이 그래험은 "우리는 말 그대로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추진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우선 전체 건설비용이 50억달러로 치솟아 비용부담 문제가 생겼고 거대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절반 정도 지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적절한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다양한 정부 보조금 지급을 제시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의 원전사태가 터지면서 사업 계획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 가운데 한 곳은 혼합핵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 플루토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일본 상황이 불안정하게 돌아가다보니 핵 전문가들은 방사성 물질 누출 우려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잠정적 사업자로 꼽히는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의 경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근 일반 우라늄 연료의 3분의 1 가량을 혼합핵연료로 바꾸는 방안을 놓고 미 에너지부와 협의중이던 TVA는 일본 원전 사태가 어떻게 풀려가는지를 지켜본 뒤 연료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레이 골든 대변인은 "우리는 일본의 원전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혼합핵연료가 안전하다는 입장이며 이 사업으로 핵연료의 지속적인 공급이 확보될 경우 사업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이 플루토늄이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가 미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과학자 에드윈 라이먼은 "핵 폐기물 때문에 미국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