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와 백화점 부문 분할을 앞 둔 신세계에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버딘에셋이 최근 신세계 지분을 기존 9.1%에서 10.12%로 확대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을 제외하고 신세계 지분을 10% 넘게 보유한 곳은 에버딘에셋이 유일하다.

에버딘에셋은 영국계 자산운용사로 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 특히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자산운용사는 2006년 3월 신세계 지분 5.1%를 보유 중이라고 최초 신고한 뒤 꾸준히 늘리고 있는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중순 미국 오펜하이머펀드가 신세계 지분 5.04%를 보유 중이라고 금융감독원에 신규 보고했다.

신세계 지분 9.28%를 보유 중인 퍼스트 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까지 포함하면 지분 5% 이상을 보유 중인 외국계 펀드만 3곳이다. 또 이들 3곳의 펀드가 보유 중인 신세계 지분은 24.44%에 달한다.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신세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그 만큼 회사의 장기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증시에서 '찬밥' 신세였다. 인플레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정체 상태인 사업 구조로 인해 할인점 부문 1위 사업자로서의 프리미엄을 까먹고 있었다 할 수 있다. 더구나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과 롯데마트 등 경쟁사의 공격적 공세 탓에 신세계 이마트의 수익성 우려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신세계에서 이마트의 매출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최근 신세계의 현 주가보다도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사실상 '매도'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 기관 투자자들은 올 들어 전날까지 신세계 주식을 13만여주 순매도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일단 가격 매력이 생겼다. 신세계의 올해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대략 13배 내외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배쯤 된다. 역사적 바닥 수준이다. 한때 시장 대비 두 배 가까이 프리미엄(할증)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싸다"는 얘기가 나올법하다.

할인점 이마트가 아무리 고전 중이라 해도 시장 1위 사업자 지위는 확고하며, 백화점 부문은 탄탄하다. 유통사가 최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바잉 파워(buying power)'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늘 지적됐던 신성장동력 부재도 조금씩 해소될 전망이다. 다음달 삼성생명 보유지분에 대한 보호예수가 풀리는데, 이 지분만 팔아도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삼성생명 주식 2214만여주(지분율 11.07%)를 보유 중이다. 주당 10만원에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총 매각자금이 2조2000억원에 이른다.
자금이 확보되면 신세계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는 홈쇼핑, 슈퍼마켓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또 최근 킴스클럽마트 인수전 참여와 같이 M&A(인수ㆍ합병)를 통한 성장 전략도 가능하다. 프리미엄 아웃렛, 창고형 할인점 등 최근 사업이 커지고 있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투자도 기대된다.

박종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보면 신세계 주식은 다소 매력이 떨어지지만, 길게 보면 현 주가에서 투자하는 게 맞다"며 "기업 분할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할인점 점포를 구조조정 하는 등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신세계는 오는 5월 백화점과 마트 부문으로 나뉠 예정이다. 신세계 주식을 100주 보유한 주주는 신세계(백화점) 주식 약 26주와 이마트(힐인점) 주식 약 74주를 받게 된다. 신세계 주식은 신규ㆍ재상장을 위해 이달 28일부터 오는 6월 9일까지 거래 정지된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