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형 펀드의 환매 러시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펀드 전문가들은 국내 펀드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한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의 증시 회복이 더딘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1023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0월 이후 하루 순유출 규모로는 최대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벌써 66일째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며 사상 최장 순유출 기간 경신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과거 해외 펀드 열풍이 불어 많은 돈을 끌어모았던 브릭스, 중국 펀드 등의 자금 이탈이 두드러진다.

지난 8일 하루 동안 '슈로더브릭스' 펀드에서는 206억원이 빠져나갔으며,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 펀드에서는 102억원, '신한BNPP봉쥬르차이나' 펀드에서는 82억원이 순유출됐다.

그렇다고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딱히 나쁜 것은 아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일 기준 러시아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0.06%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5.27%)를 두배 가까이 웃도는 것이다. 이 밖에 유럽이머징 펀드(8.61%), 북미 펀드(6.29%)의 수익률도 양호했다. 해외 에너지관련주에 투자하는 에너지섹터 펀드도 8.41%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 펀드에 비해 아시아 신흥시장 펀드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중국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35%에 그쳤으며, 인도 펀드(-5.71%), 아시아태평양 펀드(0.23%), 아시아이머징 펀드(2.14%), 동남아 펀드(1.57%)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밑돌았다.

신건국 제로인 연구원은 "해외 펀드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뚜렷하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중국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이 크게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수익률이 좋은 북미나 에너지 펀드로는 선별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국내 설정된 해외 펀드 자금의 80% 이상이 신흥국 펀드여서 전체 해외 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기존 해외 펀드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 강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브릭스 펀드로 유명한 슈로더투신운용은 최근 국내 주식운용팀을 기존 2명에서 7명으로 보강했다. 작년 말에는 이머징마켓 성장, 인구구조 변화 등에 수혜를 입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슈로더 슈퍼사이클코리아' 펀드를 출시했다. 출시 이후 수익률이 17.55%에 달한다.

김지은 슈로더투신운용 이사는 "장기적으로 해외 펀드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보지만 최근 비과세 혜택 소멸과 이머징시장의 수익률 둔화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국내 펀드에 대한 운용능력도 강화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