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집이 있는가? 왜 그 집이 좋은가? 편해서 그럴 것이다. 특별히 주문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음식을 내어오는 게 단골집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주고, 그에 맞는 대접도 해준다. 그런데 단골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직업군이 있다. 바로 디자이너다.

지금은 공직에 있는 전직 컨설팅회사 사장이 전해준 얘기.일 때문에 디자이너들을 자주 만나는데 가벼운 점심을 먹을 때도 '이왕이면 새 집'을 강조하더란다. 이유가 그럴 듯하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을 만나야 한다. 우리는 단골집이란 게 원래 없다. "

직업군이란 게 묘해서 버릇도 비슷하다. 편안한 곳을 찾는 사람은 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기업, 특히 제조업 계열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훨씬 불편해한다. 해오던 방식을 더 좋아하고 늘 있던 공간을 편안해한다.

혁신은 변화를 요구한다. 시장이 바뀌고 기술이 바뀌면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기존 상품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때로는 이전에 전혀 손대 보지 않은 분야에서도 새로운 것을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업종을 넘나드는 초경쟁 시대에는 다른 업종까지 넘어설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창출하지 못하면 언제든 내 시장을 잃을지도 모른다.

버릇부터 바꾸자.우리 동네 단골집에서 폼 잡는 골목대장이 아니라 새로운 구역을 차례로 접수하겠다는 호기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 처음 가는 식당,잘 모르는 시장,낯선 세상으로 전진하라.거기에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