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원대 국책사업인 경기 부천 소사~안산 원시 복선전철 사업 평가과정 비리 의혹과 관련해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발주처인 국토해양부 사이에 책임 공방이 일고 있다.

재정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는 12일 보도자료 배포와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평가위원 선정 과정에서 국토부가 부당하게 간섭했음을 시사하는 주장을 펼쳤다. 또 국토부 소속 사무관이 문건을 통해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국토부가 이례적으로 위원 명단 제시"

김재형 PIMAC 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시 평가를 의뢰한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사전 논의 과정에서 499명의 평가위원 '풀(명단)'을 제시하며 40% 내에서 최종명단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며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현재 2만9000여명에 달하는 평가위원 명단을 보유하고 있고 2005년 이후 진행된 사업평가에서는 이 명단 내에서 평가위원을 선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용역을 의뢰한 주무부처가 직접 평가위원 명단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는 당시 국토부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뢰를 하는 주무부처의 평가기준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배포된 PIMAC 보도자료에 따르면 당시 평가위원으로 최종 섭외된 30명 중 9명은 국토부 명단에서 선정됐으며,당일 1명이 불참해 8명으로 확정됐다. 평가 배점표가 조작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평가위원이 작성한 표의 평가점수를 합산하는 과정에서 엑셀 파일의 수식연결에 오류가 발생했고 이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1개 컨소시엄의 총점이 1점 상향 조정됐지만 당락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평가위원들의 서명이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특정 평가위원의 필체가 다르다며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후 내부감사를 통해 자필임을 확인했고 그 결과를 국토부에 송부하기도 했다"며 강력 부인했다.

◆국토부,"법적으로 문제 없어"

국토부 관계자는 김 소장의 주장과 관련해 "평가위원 풀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철도 사업은 일반도로와 달리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 분야로 철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다"며 "철도시설공단이 가지고 있는 평가위원 명단을 제출한 것이고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수사 의뢰와 함께 국토부 사무관이 2008년 9월10일자로 작성했다는 대외비 문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문건은 "(PIMAC이) 우리 부가 제시한 평가기본계획을 준수하지 않았다" "우리부 입회하에 정한 평가위원 선정 기준을 원칙 없이 위반했다"는 내용 등과 함께 "PIMAC의 전문성,신뢰성 등을 믿고 평가를 위탁한 우리 부(정부)의 대외 신뢰도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부당한 평가작업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기만행위"라고 결론내리는 등 PIMAC의 비리 의혹을 담고 있다.

임도원/이계주/서보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