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 3.0%인 기준금리(정책금리)를 동결한 것은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대로다. 지난해 11월 이후 0.25%포인트 인상과 동결을 반복하는 '징검다리식 인상'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은은 그러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나타냈다.

◆두 달 연속 인상엔 부담

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는데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금리를 지나치게 빨리 올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충격을 우려해서다. 일본 대재앙과 유럽 재정위기 등 위험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면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보다 경기를 침체시키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도 지난 2월 경기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동반 하락하고 3월 소비자심리지수가 200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인 100을 밑도는 등 경기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달해 금리 인상시 이자 부담이 높아진다는 점도 한은이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린 만큼 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올린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월과 3월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다.

◆물가 불안 강조

물가 불안에 대한 한은의 우려는 지난달보다 더 강하게 나타났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 데 보다 중점을 두고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커지고'와 '보다'라는 말을 추가해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3% 올라 2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11일 배럴당 118.32달러로 오르는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다. 물가를 잡기 위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올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고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가 인상 확실…속도는 느려질 가능성

한은이 물가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나타낸 만큼 머지않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와 대외 불안요인 등을 고려해 격월 단위의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5월에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연내 세 차례 더 인상돼 연말에는 연 3.7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하되 인상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고유가의 충격이 경제지표 악화로 나타날 때가 됐다"며 "5월에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