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등 약가 인하정책과 지속적인 리베이트 단속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 등 악재가 겹친 국내 제약사들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정책 리스크'의 덫에 걸린 제약사들의 실적이 하반기 이후에나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12일 동아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등 10대 제약사의 1분기 합산 매출이 1조278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신종플루 특수로 인한 녹십자 백신 매출을 제외하고 비교해도 매출 증가율이 5% 정도에 그쳐 외형 성장이 부진의 늪에 빠져든 형국이다.

수익성도 대부분 나빠졌다. 이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녹십자의 신종플루 효과 실종 등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3.6% 줄어든 1338억원을 기록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형 신제품 출시가 없거나 뒤로 미뤄진 데다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영업환경이 나빠진 게 실적 부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실적 부진을 겪는 가운데 종근당은 전년에 이어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종근당의 1분기 매출은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로우',위장운동관 개선제 '이토벨' 등 주력 품목의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1068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도 133억원으로 11.6%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배 연구원은 "올해 건강보험 약제비 증가와 신제품 출시 등으로 3분기가 제약사의 실적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약업종지수 수익률이 시장 대비 -10.8%로 주가 수준이 낮아졌지만 이는 성장 둔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제약업종 주가가 매력적인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덧붙였다.

교보증권은 예상을 밑도는 부진한 실적,정책 리스크 등으로 향후 신성장동력을 보유한 제약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 간 주가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염동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매출과 수익성 측면에서 종근당과 녹십자 등의 실적이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